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피해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섰던 ‘의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 알려졌다. 참사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장기간 지속하는 상황에서 민간인 피해자들도 발굴∙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19일 집을 나서 연락이 두절됐고, 결국 29일 경기도 포천 왕방산 일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태원 참사 당시 인근 상인으로 부상자를 옮기며 구조에 동참했던 인물로, 이후 참사를 목격한 데 따른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엔 7월 40대 소방관 B씨, 8월 30대 소방관 C씨가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두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었는데, 이후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의 이태원 투입 소방공무원 PTSD 상담 실적에 따르면 2022년 10월31일부터 2023년 9월30일까지 소방관 1316명이 긴급 심리 지원을 받았다. 이들 중 142명은 심층 상담을 진행했고, 병원 연계 진료를 받은 이들도 142명 있었다.
PTSD는 시간이 지나도 자연적 치유가 쉽지 않다. 김현수 명지병원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PTSD는 강력한 충격으로 인해 뇌 안정 기반이 무너지고, 치유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라며 “급성도 있지만 만성으로도 발병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초기부터, 또 지속해서 개입해야 한다. 6∙25전쟁 PTSD를 아직 겪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빈 한국트라우마 연구교육원 부원장은 “PTSD 중엔 본인이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억누르다가 시간이 지나 발병하는 지연성 PTSD도 있다”며 대처의 어려움을 짚었다.
정부는 앞서 2022년 유가족, 부상자 및 가족,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재난심리회복지원 24시간 직통 전화를 개설했고, 각 지자체나 소방청 등도 출동 공무원 대상으로 심리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다만 현장 민간인에 대한 심리 지원 정책은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 때는 정부가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해 직∙간접 피해자 지원 범위를 정해 시행했는데, 이태원 참사는 이 부분이 잘 안 된 것 같다. 당시 정부나 서울시는 주로 인파 밀집사고 대책에만 신경 썼다. 이후 체계적인 돌봄 서비스도 찾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직접 피해자가 아니었던 민간인들의 경우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부원장은 “인근 주민∙상인들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상 지원 대상이지만, ‘난 유가족이 아니니까’라는 생각에 스스로 지원 요청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세월호 참사 때도 민간인 잠수사들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 본인이 심정적으로 고통스러운데도 ‘내가 아닌 유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맞다’라는 생각에 심리지원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상인들은 참사 이후에도 매일 그 현장을 지나야 했다. 참사의 기억, 분위기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노출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들이 누적해 입은 PTSD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원장은 “참사로부터 시간이 오래 지난 상황이라 피해자들이 직접 찾아가 피해를 입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다리기보단 적극적으로 현장을 찾아가 조사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원장은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상인들을 찾아가 모니터링하는 등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9∙11 테러 이후 20여년 동안 피해자들에 대한 추적 조사가 이뤄졌는데, 피해자들은 장기간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다 10% 안팎이 만성 환자가 됐다. 이번 참사 피해자들도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