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전쟁의 미래/ 조지 M 도허티/ 유강은 옮김/ 김영사/ 2만6800원
“AI(인공지능)와 로봇 혁명은 단순한 무기 발전이 아니라 전쟁 자체를 바꾸는 사건이다.”
미국 공군 장교 출신 군사기술 전문가 조지 M 도허티가 쓴 ‘AI 시대, 전쟁의 미래’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국내 번역·출간된 이책은 드론, AI, 로봇공학이 전쟁의 ‘도구’를 넘어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집요하게 추적한 논픽션이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테러와의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를 가로지르며 전쟁의 진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전쟁은 더는 ‘물량’이 아니라 ‘정보와 속도’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미래의 전쟁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AI 전쟁의 기원을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책에 따르면,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가 구상한 원격조종 전함과 이오시프 스탈린 시대 소련의 무인전차 ‘텔레탱크’는 인간을 전장에서 배제하려는 초기 시도였다. 기술적으로는 미완성이었지만, 이 실험들은 오늘날 드론과 자율무기로 이어지는 ‘전쟁의 자동화’ 흐름의 출발점이었다. 저자는 이를 “느리지만 확실하게 축적된 혁신”이라고 평가한다.
최근의 전쟁은 이러한 변화가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AI 기반 전쟁의 ‘실험실’로 불린다. 우크라이나는 맥사 테크놀로지스의 위성 정보를 활용해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했다. 여기에 AI 분석을 결합하면서 정보 처리 속도는 과거 ‘며칠’에서 ‘몇 분’ 단위로 단축됐다. 이는 전쟁의 본질적 변화를 상징한다. 더 빠르게 보고, 더 빠르게 판단하는 쪽이 승리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드론 역시 판도를 바꿨다. 터키의 바이락타르 TB2는 저비용으로 러시아의 고가 전차와 보급선을 타격하며 ‘전쟁의 경제학’을 뒤흔들었다. 값싼 무기가 비싼 무기를 무력화하는 ‘비대칭 전쟁’이 현실이 된 셈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보편적 정밀성’이다. 과거에는 목표 하나를 파괴하기 위해 수백 발의 폭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미사일 한 발, 드론 한 기로 충분하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정확도의 문제가 아니다. 전장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집결시키는 방식은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되고, 전장은 ‘노출 즉시 타격’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전쟁의 중심은 ‘킬 체인(Kill Chain)’으로 이동한다. 탐지-식별-결심-타격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의 속도가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저자는 로봇 무기 발전은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원격조종과 정밀유도, 자동 추적 기술은 이미 전장에 자리 잡았지만, 이는 ‘첫 번째 물결’에 해당한다는 것. 앞으로는 군집 드론, 무인 지상 차량, 무인 수상함, 인간·로봇 협동 전투가 본격화되면서 ‘두 번째 물결’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저고도 공중에서 드론이 지형을 활용하며 병력과 협력하는 전투 개념은 미래 전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된다.
로봇공학이 군사 플랫폼의 ‘설계 혁명’도 불러올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지금까지 전차, 전투기, 군함 같은 무기 플랫폼은 인간 승무원이 탑승한다는 전제 아래 설계됐다. 승무원이 머물 공간, 생명 유지 장치, 조종석, 안전 구조, 중력 보호 구조 등이 필요했기 때문에 무기 플랫폼의 형태와 크기에는 큰 제약이 따랐다. 그러나 인간이 타지 않는 무인 플랫폼에서는 이런 제약이 크게 줄어든다. 조종석이 사라진 전투기, 소모품처럼 운용되는 무인 함정, 더 작고 은밀하며 살상력 밀도가 높은 로봇 플랫폼처럼, 기존의 무기체계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 변화가 단순한 성능 개선이 아니라, 군사 플랫폼의 형태 자체를 다시 상상하게 하는 ‘캄브리아기 폭발’에 가까운 혁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기술 낙관론만 펼치지는 않는다. AI와 로봇 무기가 강력한 군사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인간이 AI에 지나치게 많은 판단 권한을 넘겨줄 때 전쟁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는 행동의 본질과 결과를 인간처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AI 무기는 어디까지나 명확히 제한된 목표와 인간의 책임 구조 안에서 운용되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의 원제인 ‘기계 속의 야수(Beast in the Machine)’는 기계 자체가 아니라 그 기계에 권한을 부여하는 인간의 폭력성, 과신, 통제 욕망을 가리킨다.
책은 군사기술의 미래를 다루는 책이면서 동시에 윤리와 책임의 문제를 따진다. 최근 K방산의 성취가 주목받고, 드론과 AI 무기체계가 실제 전장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지금, 이 책은 첨단 무기가 지닌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강력한 무기는 안보의 중요한 조건이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의 판단과 통제, 책임 구조가 없다면 그 힘은 언제든 우리가 감당해야 할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