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첫 사업을 접고 새 사업을 시작하려던 이모(33)씨는 정부지원사업 컨설팅업체 A사 관계자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600만원만 내면 사업아이템 발굴부터 특허출원, 정부지원사업 선발까지 평생 ‘풀케어’ 해주겠다고 했다. 특히 ‘100% 합격 보장’, ‘수강생 전원 2억원 이상 수령’이라는 A사 카페 광고글과 성공 사례 등이 신뢰를 줬다. 그러나 계약 후 무성의한 컨설팅, 리뷰 조작 정황, 계속된 서류 탈락 등에 믿음은 분노로 바뀌었다. 이씨는 현재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모으고, 사기 및 과장광고 등으로 각종 기관에 신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정책자금 지원사업을 노린 ‘불법 브로커’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컨설팅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줄타기하며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업계획서 대필’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행정사가 아닌 자가 금전을 받고 공공기관 제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는 건실하고 창의적인 기업가를 키워내려는 정부지원사업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A사도 온라인 카페에 ‘상위 1% 프리미엄 사업계획서’를 언급하며 ‘심사위원의 눈을 3초 만에 사로잡는 압도적인 서류작업’이라는 광고글을 게재하고 있다. A사 같은 사례는 ‘숨고’ 등 중개 플랫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기자가 이들 플랫폼에서 ‘사업아이템 발굴, 계획서 작성, 정부지원사업 선발’까지 ‘풀케어’ 요구 의사를 내보이자 다수 컨설팅업체 관계자가 모두 가능하다는 답을 보내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원금을 현금화하는 이른바 ‘보조금 깡’이다. 이는 컨설팅 업체가 중간에 광고대행사나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끼워 넣고, 실제 서비스 제공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뒷돈(리베이트)을 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A사도 이씨에게 사실상 보조금 깡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제공한 녹취에 따르면 A사 관계자는 “지원사업 때문에 광고대행사에 3000만원을 입금할 테니 이 중 1000만원은 과업을 하고 2000만원은 10% 떼고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하면 현금으로 준다”고 했다. 그는 또 “대표님도 정부지원금을 지금까지 24억원 받았다”며 “이를 통해 건물도 올리고 현물화도 많이 시켰다”고 소개했다. A사는 다만 이 문제에 대한 질의에 서면 답변을 통해 “돈을 남길 수 있다는 조언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조금 깡’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발 시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죄다. 특히 ‘공공재정환수법’에 따라 부정 수급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제재 부가금이 부과된다. 예컨대 1억원을 부정하게 받았다가 적발되면 5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이 같은 컨설팅사의 과도하거나 불법적인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관계기관 6곳·민간 플랫폼 기업과 ‘정부 지원사업 제3자 부당 개입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한 정부지원사업 심사위원은 “대부분이 컨설팅 회사 등 브로커 손을 탄 것으로 본다”며 “정부지원사업 분야가 사실 인맥 영향도 크고 하니까 인맥 좋은 브로커를 찾는 수요도 많고 그러니 공급도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회의적인 의견을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로는 정황적으로 의심이 되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필요해 사실상 불법 브로커들을 제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 브로커들은 이를 악용한다”며 “차라리 사업 지원 뒤 결과가 없을 시 이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해 섣불리 사업에 도전하는 이가 없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