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일본 차의 잇따른 脫한국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우리나라 거리에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아우디, 렉서스 등 수입차는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두 배 이상 큰 일본에서 다른 나라 브랜드의 차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수입차 비중이 10대 중 1대꼴도 안 된다. 좁은 도로와 까다로운 차고지증명제 등으로 인해 경차·소형차 선호가 강해서다. 중년·노년층이 주축이다 보니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다. 내로라하는 완성차 브랜드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수입차의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1945년 패전 직후 불모지였던 일본의 자동차 산업을 이끈 것은 토요타와 혼다, 닛산이다. 토요타는 미국의 품질 전문가 에드워드 테밍의 철학을 자동차 산업에 접목해 ‘가이젠(改善)’이라는 지속적 개선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과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혼다는 공학적 혁신과 도전 정신으로 ‘기술의 혼다’로 불릴 정도였다. 닛산은 중저가 차량을 통한 대중 친화적 접근으로 시장을 넓혀갔다. 이들 ‘빅3’는 전후 복구와 경제성장의 첨병 역할을 하며 1980년대 이후 일본을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이끌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수입차에 대한 시선이 우호적이다. 물론 수입차 시장이 개방되던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외제 차는 ‘외화 낭비’ ‘위화감 조성’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수입차의 국내 상륙이 본격화된 후, 지난해 수입차 판매는 연간 30만대를 넘어섰다. 그런 한국 시장에서 최근 혼다가 철수를 선언했다. 2008년 수입차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연간 1만대를 돌파, 1위에 올랐던 혼다의 선택은 의외다.

엄밀히 들여다보면 혼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스바루(2012년), 미쓰비시(2013년), 닛산·인피니티(2020년)도 한국을 떠났다. 2008년만 해도 수입차 브랜드 점유율 35%였던 일본 차는 현재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독일 차가 70%로 압도적이고, 테슬라를 앞세운 미국 차가 치고 올라왔다.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집하면서 순수 전기차 시장 흐름을 외면했다. 대형 디스플레이나 통합 인포테인먼트 등 고객의 니즈를 등한시한 디지털 격차도 원인이다. 끊임없는 혁신은 성공이 아닌 생존의 필요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