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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자다 2~3번 깨는 중년, ‘아침 혈당’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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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진료 124만명…50대 이상이 10명 중 7명
술·기름진 안주, 새벽잠 얕게 만들고 대사 리듬 흔들어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저녁 식탁과 침실부터 점검해야

새벽 2시. 겨우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눈이 떠진다.

 

늦은 밤 삼겹살과 소주 한 잔은 잠이 빨리 오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새벽 수면을 얕게 만들고 다음 날 컨디션과 혈당 조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
늦은 밤 삼겹살과 소주 한 잔은 잠이 빨리 오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새벽 수면을 얕게 만들고 다음 날 컨디션과 혈당 조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

다시 이불을 끌어올려도 잠은 쉽게 붙지 않는다. 냉장고 돌아가는 낮은 소리, 창밖 자동차 소리, 옆 사람의 뒤척임까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시계를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국 휴대전화를 집어 든다. 새벽 4시가 지나 있다.

 

중년 이후 이런 밤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예전에는 알람이 울릴 때까지 깊게 잤는데, 어느 순간부터 밤중에 2~3번씩 깨는 일이 잦아진다. “나이 들면 원래 잠이 줄어든다”고 넘기기 쉽지만, 문제는 잠만이 아니다. 수면이 끊기면 다음 날 컨디션은 물론 혈당 조절 리듬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G47)와 비기질성 수면장애(F51)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3년 124만597명이다. 2019년 99만8796명에서 5년 새 24% 늘어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50대 이상 환자가 많았다. 2023년 기준 50대 이상 진료 인원은 86만7806명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중년 이후 반복되는 ‘자다 깨는 잠’을 단순한 피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술잠의 착각, 새벽잠 더 얕게 만든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습관처럼 술잔을 드는 사람이 있다. 소주 한두 잔을 마시면 몸이 풀리고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술을 ‘잠을 부르는 방법’처럼 여긴다.

 

하지만 술이 데려오는 잠은 오래 가지 않는다. 알코올은 잠드는 시간을 잠시 앞당길 수는 있지만, 밤새 깊은 잠을 지켜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기 시작하면 잠의 후반부가 얕아지고, 새벽에 자주 깨거나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질 수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분명 잤는데 잔 것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늦은 밤 삼겹살, 치킨, 라면, 찌개 같은 음식이 함께 올라오면 부담은 더 커진다. 삼겹살 한 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늦은 시간, 술, 기름진 안주, 짠 국물, 마지막에 곁들이는 밥이나 면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조합이 문제다.

 

잠자리에 들어도 위장은 소화를 계속해야 한다.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바쁘고, 몸은 쉬어야 할 시간에 다시 일을 시작한다. 잠은 얕아지고, 아침의 몸은 무거워진다.

 

◆밤에 먹은 안주, 아침 혈당에 남을 수 있다

 

“어제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공복혈당이 왜 이렇지?”

 

중년 이후 혈당을 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는 순간이다. 특히 전날 밤 술자리와 야식이 겹쳤다면 숫자는 더 예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

 

늦은 시간의 식사는 소화 시간을 뒤로 밀어낸다. 몸은 밤이 되면 쉬는 쪽으로 리듬을 바꾸지만, 음식이 들어오면 혈당을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 잠까지 끊기면 혈당 조절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연구들도 마지막 저녁 식사의 시간과 구성에 주목한다. 스페인 카탈루냐 개방대학교와 미국 연구기관이 참여한 2025년 연구는 전당뇨 상태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마지막 저녁 식사 이후의 혈당 반응과 다음 날 공복혈당의 관계를 살폈다.

 

연구진은 마지막 식사의 탄수화물 부담, 식사 시간, 개인의 인슐린 감수성이 다음 날 아침 혈당과 맞물릴 수 있다고 봤다.

 

이 연구가 술자리 자체를 분석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탄수화물 많은 안주와 음주는 밤사이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수면 부족 자체도 혈당 관리에 부담을 준다. 잠이 부족하면 포도당 대사, 호르몬, 자율신경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깊은 잠이 줄어든 상태에서는 인슐린 감수성도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잠을 설친 다음 날 몸이 무겁다”는 느낌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몸이 밤새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률은 남자 13.3%, 여자 7.8%였다. 혈당 관리는 이제 무엇을 먹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식탁을 떠나고, 어떤 상태로 잠자리에 드느냐까지 함께 봐야 한다.

 

◆숙면 음식보다 먼저 밤 식탁을 비워야 한다

 

불면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숙면에 좋다는 음식을 먼저 찾는다. 상추, 양파, 따뜻한 차처럼 긴장을 풀어준다는 식품을 챙기기도 한다.

 

하지만 늦은 밤에는 무엇을 더 먹느냐보다 무엇을 멈추느냐가 더 중요하다. 잠들기 직전까지 술과 안주를 이어가면 아무리 ‘몸에 좋다’는 음식을 더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속이 찬 상태에서는 잠이 깊어지기 어렵고, 짠 음식은 갈증을 부른다. 물을 많이 마시면 새벽 화장실 때문에 다시 잠이 끊긴다.

 

늦은 밤 고강도 운동도 조심해야 한다. 낮 시간의 규칙적인 운동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만, 잠자기 직전 땀을 쏟는 운동은 오히려 몸을 깨울 수 있다.

 

침대 머리맡 스마트폰과 늦은 야식 습관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생활 요인이다. 반복되면 아침 피로감과 공복혈당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
침대 머리맡 스마트폰과 늦은 야식 습관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생활 요인이다. 반복되면 아침 피로감과 공복혈당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

대한수면연구학회는 건강한 수면을 위해 잠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침실의 소음과 조명을 조절하며, 알코올과 취침 전 과식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술이 일시적으로 졸음을 늘릴 수는 있지만, 아침에 일찍 깨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제시한다.

 

◆“나이 들어서 그래”로 넘길 일이 아니다

 

중년의 수면장애는 흔하다. 그러나 흔하다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 밤마다 깨고, 아침마다 개운하지 않고, 낮에도 졸음이 쏟아진다면 생활습관만의 문제로 단정하기 어렵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자는 중 숨이 멎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증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다리가 불편해 잠을 이루기 어렵거나 수면제를 반복적으로 찾는 경우도 진료가 필요하다.

 

오늘 밤부터 바꿀 일은 거창하지 않다. 늦은 밤 식탁 위 소주잔을 한 번 덜 채우는 것. 기름진 안주를 배달 앱에서 지우는 것. 침대 머리맡에서 빛나던 스마트폰 화면을 뒤집어 놓는 것. 그 정도의 작은 선택이 밤의 질을 바꿀 수 있다.

 

수면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은 결국 한 방향으로 모인다. 잠은 피곤해서 쓰러지는 시간이 아니라, 흐트러진 몸의 리듬을 다시 맞추는 시간이다. 중년의 밤이 자꾸 끊긴다면 먼저 봐야 할 곳은 약통이 아닌 어젯밤 식탁과 침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