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정리원 주석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나고 싶다고 언급하며 전방위 행보에 나섰다.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 주석이 중국에 이어 미국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은 양안 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일 국민당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정 주석은 전날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로 예정된 방미 기간 중 만나고 싶은 최고위급 인물에 대해 “만약 가능하다면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민당 주석으로 취임한 정 주석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그는 미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의 회담에 관해 설명할 계획이며 미국 국회의원·주지사·주의원을 비롯해 가능한 고위직 인사를 만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주석은 양안(중국과 대만)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대만의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다는 외부 평가가 있지만, 그가 양안과 세계의 평화를 만들어낸다면 이는 그의 역사적 자리매김에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주석의 이 같은 행보는 앞선 방중 성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10년 만의 ‘국공(국민당과 공산당) 회담’을 열고 ‘92공식 견지’와 ‘대만 독립 반대’라는 공동의 정치적 기초를 재확인했다. 당시 시 주석은 “양안 동포는 모두 중국인으로 한 가족”이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큰 추세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고, 정 주석 역시 대만해협이 외세 개입의 장기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중국 측의 운명공동체 구호를 거론하는 등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주석은 취임 후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한 이유에 대해 전 세계가 우려하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막기 위해 시 주석의 선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영속적이고 제도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이해와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방미를 통해 전쟁 발발 우려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모두가 함께 평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노력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특히 정 주석은 대만이 미·중 협상 테이블에서 거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타국의 결정이 대만인의 운명을 결정해서는 안 되며, 대만이 양안 관계에서 직접적인 발언권과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14~15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며 양국 정상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당이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주도의 미국 무기 구매 예산을 막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 주석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민당은 미국 무기 구매를 완전히 지지하지만, 민진당의 부패 문제와 내용 없는 ‘백지 권한’ 부여를 반대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대만 정계에서는 정 주석의 이번 연쇄 회동 추진이 친미·반중 노선을 걷는 라이칭더 정부와 차별화된 대안 세력으로의 면모를 부각하고, 양안 관계의 관리 능력을 증명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