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급물살을 탔던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논의가 결국 현행 ‘만 14세 미만 유지’로 결론지어졌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3년간 공고히 유지돼 온 기준을 깨기에는 ‘낙인효과에 따른 재범 위험’과 ‘국제적 인권 기준’이라는 벽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과 전문가의 ‘동상이몽’… 숙의 과정서 드러난 인식 차
1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전날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전체회의에서 ‘현행 유지’ 결론의 최종 권고안을 의결했다. 2월24일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검토’를 지시한 지 65일 만이다.
두 달간 숙의 과정에서 시민과 전문가들 간의 이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참여단 200명의 우세 의견은 ‘하향 찬성’이었다.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엄벌주의를 통해 범죄 예방 효과를 거둬야 한단 취지다. 앞서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1%가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등 시민 여론은 ‘엄벌론’에 쏠린 상태다.
반면 전문가들은 ‘낙인 효과’를 우려했다. 처벌 연령을 낮춰 어린 미성년자에게 일찍이 전과자 낙인을 찍는 것은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하고, 오히려 재범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이다.
◆“현행 체계 내 내실화” 신중론… ‘처벌’보다 ‘교화’ 무게
협의체의 최종 결정에는 국제기구의 ‘하향 반대’ 기조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피 킬라제 UN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의 영상 면담에서 기준 연령 ‘14세 미만’ 원칙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와 UN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기구는 그간 연령 하향에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여기에 법무부·성평등부 등 관계 부처 간의 견해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인 연령 기준을 낮추기 보다 소년원 수용 환경을 개선하고 보호관찰을 강화하는 등 ‘제도 운용의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부처 간 논의 과정에서도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면죄부’ 논란 해소 숙제… ‘제도 악용’ 막을 후속 대책이 관건
다만 촉법소년 범죄의 흉포화와 이른바 ‘면죄부 논란’에 대한 해법 도출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촉법소년 수는 2만1958명으로 2021년(1만26명)에 비해 83%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강간, 강제추행, 성폭력, 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 등 성범죄가 818명에서 1268명으로 55% 늘어났다.
협의체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권고안에 촉법소년 제도 악용 방지를 위한 방안을 함께 담았다. 단순한 연령 유지를 넘어 보호처분을 세분화하고 교화 시스템을 강화해 범죄 청소년들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협의체의 최종 권고안은 보완 작업을 거쳐 오는 5월 국무회의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