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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 비웃은 정몽규와 축구협회…665억 논란에 ‘붕괴 신호탄’, 문체부 압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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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관 위반·부당 수령”…문체부 중징계 이행 압박 본격화
665억 대출·보조금 논란·100인 사면까지…법원 판결로 드러난 난맥상
집행정지 방패도 흔들…문체부 “징계 이행하라” 최후통첩

대한축구협회(KFA)에 ‘법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변칙’과 ‘꼼수’만 가득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26년 대한민국 축구의 성지가 돼야 할 천안 축구종합센터는 ‘정관 위반 논란이 제기된 대출’로 얼룩진 탐욕의 현장이었다.

 

지난 23일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판결문은 축구협회가 그간 얼마나 방만한 경제 논리로 운영되어 왔는지를 낱낱이 고발한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내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및 집행부에 대한 징계가 적법하냐는 것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데이터는 가히 충격적이다.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HDC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뉴시스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HDC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뉴시스

◆“일단 빌리고 보자”…절차 무시한 665억 대출의 비밀

 

판결문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축구종합센터 건립비용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무려 665억원을 대출받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급 기관인 문체부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진행됐다는 점이다.

 

정관상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대출은 반드시 문체부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긴급한 사업 추진’을 이유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두고 “공공성이 담보돼야 할 체육 단체가 국가의 감시망을 고의로 회피한 명백한 정관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축구협회가 공적 성격의 자산을 기반으로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조금 타내려 정부 속인 ‘허위 보고 논란’

 

더 구린내가 나는 대목은 천안시와 정부로부터 받아낸 보조금 집행 과정이다. 축구협회는 국가대표 미니스타디움 건립을 명목으로 거액의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사무공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보조금법상 사무공간이 포함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금액이 깎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결문에 적시된 실상은 달랐다. 축구협회는 내부적으로 이미 사무공간을 포함한 건축 허가 변경안을 확정해두고도, 서류상으로는 이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보조금을 수령했다. 법원은 이를 ‘허위 보고에 따른 부당 수령’으로 판단했다.

 

◆‘100인 사면’의 오만…법원 “절차적 정당성 상실”

 

돈 문제뿐만이 아니다.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비위 축구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기습 사면 시도에 대해서도 법원은 축구협회의 오만을 꾸짖었다.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의 규정을 무시한 채 ‘협회만의 리그’를 만들려 했던 시도에 대해 법원은 “스포츠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자의적 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HDC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뉴시스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HDC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뉴시스

◆문체부, “5월26일까지 징계안 내놔라”…행정 조치 카운트다운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문체부는 지난 30일 정 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이행을 재차 촉구하는 공문을 축구협회에 전격 발송했다. 이번 판결로 문체부의 특정감사 결과와 징계 요구가 적법했다는 법적 명분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축구협회는 행정소송과 함께 신청한 ‘집행정지’를 방패삼아 징계 이행을 미뤄왔다. 하지만 이번 1심 패소로 그 방패는 약화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번 판결에 따라 집행정지 효력은 판결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시점은 관련 절차에 따라 확정된다.

 

관련 규정(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자체감사기준 제28조)에 따라 축구협회는 해당 규정이 적용될 경우 정 회장을 포함한 임직원의 징계 의결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허위 보고로 논란이 된 보조금 관리 부적정 등 27건의 위법·부당 업무에 대한 제도 개선 및 시정 조치는 2개월 내에 이행을 완료해야 한다.

 

문체부는 “이번 판결을 협회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조치 이행 과정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축구협회 행정 전반에 대한 ‘강제 정상화’의 시간이 시작된 셈이다.

 

벼랑 끝에 몰린 축구협회는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이사회를 5월6일로 앞당겨 개최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행정소송 패소에 따른 항소 여부와 정 회장의 거취,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최근까지도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강변해 왔다. 하지만 법원의 시선은 달랐다. 미래를 빌미로 현재의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비정상적 행정 운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