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과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돈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맞물리면서, 증권가에서는 올해 최대 두 차례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기준금리 전망을 기존 ‘장기 동결 및 인하’에서 ‘연내 최소 1회 인상’으로 수정했다.
◆중동전쟁·성장률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동결 장기화나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시장의 시각이 바뀐 핵심 배경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예상을 뛰어넘은 국내 경제 지표다. 이란 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며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고, 한은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 역시 1.7%로 당초 전망치(0.9%)의 두 배에 달하며 물가상승 압력을 키웠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조유나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국내 기준금리 동결을 확신할 수 없다”며 “국제유가 수준 등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인상을 열어놓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최소 1번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상 가능성은 하반기 열려 있다”고 짚었다.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상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초 하반기 1회 인상 전망을 수정해 오는 8월과 11월 총 2회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 최지욱 연구원은 “생산 갭률(실제 GDP가 잠재 GDP를 웃도는 현상)이 양수이고 금융 상황이 완화적인 점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2회 인상해도 실물 경기와 금융 여건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IB “금리 인상 여력 충분”
외국계 투자은행(IB) 역시 조기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당초 2027년으로 예상했던 금리 인상 시기를 대폭 앞당겨 올 하반기에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5bp)씩 두 차례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셸 램 SG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한은이 금리를 두차례 인상하면 3.0%가 되는데 코로나19 유행기 이후 가장 높았던 금리 수준(3.5%)보다 여전히 50bp 낮은 레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수요 호조로 중동 사태가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 제한적이고, 정부의 재정 지원책이 실질 소득 충격을 완화하고 있어 금리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고금리 장기화로 굳어지는 점도 국내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서비스 가격 하방 경직성 등으로 물가 하락 속도가 둔화하는 이른바 ‘끈적한 물가’ 현상을 우려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당초 2026년에서 내년 1월과 3월로 미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이번 동결 결정 이후 2027년 4월까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44% 수준까지 반영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