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자택 현관문 앞에 흉기와 토치를 두고 간 40대 남성의 행위가 특수협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위협이라도 범행 당시 이를 ‘휴대’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홍모(45)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사의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홍씨는 2023년 10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전 대표 자택을 찾아 현관문 앞에 과도 2자루와 점화용 토치 등을 두고 간 혐의를 받는다. 당시 홍씨는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전 대표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다는 망상이 심해지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홍씨는 경찰 조사에서 “2년 넘게 자신을 괴롭히는 권력자들 중 기억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찾아가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 전 대표의 자택 주소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보했고, 특정 정당에 소속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고위공무원을 상대로 흉기를 이용해 저지른 범행이라 죄질이 불량하다”며 “두 차례나 주거지를 답사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도 “현관문 앞에 흉기 등을 두는 행위는 특수협박에 해당한다”며 같은 형을 유지했다. 다만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대해선 “피해자 주거지 근처에 접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홍씨가 흉기 등을 현관문에 놓고 간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흉기를 휴대하지 않아 특수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흉기 등을 현관문 앞에 놓아둔 뒤 현장을 이탈한 이상 피해자가 이를 발견할 당시에는 피고인이 해당 물건을 소지하거나 사실상 지배하고 있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과도와 라이터를 용도대로 사용하려는 의도 아래 사실상 지배한 상태에서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고 보기 어렵다. 특수협박죄의 ‘휴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흉기를 이용한 위협 행위 자체에 대해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 고지에 해당하고 협박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단순 협박 성립 가능성은 열어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