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여의도는 뜨거웠다.
전광판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고, 코스피는 어느새 7000선을 눈앞에 두는 자리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5월로 넘어오는 길목에서 시장의 공기는 조금 달라졌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중동 리스크, 여기에 ‘5월엔 팔아라’는 오래된 증시 격언까지 한꺼번에 고개를 들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 KRX 데이터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직전영업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는 839곳, 시가총액은 5407조4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7000선에 접근했다는 것은 단순한 지수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몸값 전체가 다시 재평가 구간에 들어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4월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2.03포인트, 1.38% 내린 6598.87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6750.27까지 오르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지만, 오후 들어 상승분을 반납하며 66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월간 흐름은 더 가팔랐다. 코스피는 3월31일 5052.46에서 4월30일 6598.87로 뛰었다. 단순 종가 기준 4월 한 달 상승률은 30.61%다. 한 달 만에 지수 1500포인트 이상이 불어난 셈이다.
IBK투자증권은 5월 국내 증시가 초반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봤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4월에 30%가량 단기 폭등하면서 기술적 부담이 증대되고 있다”며 “5월은 이와 같은 기술적 부담을 갖고 시작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코스피 월간 등락률은 1998년 1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지수가 오른 것 자체보다 너무 빠르게 올랐다는 점이 시장의 부담으로 남은 것이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하게 뛰면 차익실현 욕구도 커진다. 여기에 5월부터 가을까지 증시 상승 탄력이 약해지는 계절적 패턴까지 겹치면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는 더 짙어질 수 있다.
실제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5월 코스피 평균 등락률은 0.3%에 그쳤다. 5월부터 10월까지의 평균 흐름도 가을·겨울 구간보다 약했다. 연초 유동성 유입 효과가 약해지고, 상반기 주가 강세 이후 가격 부담이 커지는 시기와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5월을 단순히 ‘팔고 떠나는 달’로만 보기는 어렵다.
IBK투자증권은 과거 4월에 코스피가 5% 이상 오른 해에는 5월 증시가 한 번도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4월 강세가 1분기 실적 기대를 반영한 결과라면, 그 흐름이 곧바로 꺾이기보다 연간 실적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반도체가 변수다.
4월 코스피 급등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기대가 있었다. 변 연구원은 1분기 강력한 실적 호조의 주가 반영이 보통 한 해 실적 기대감으로 연결된다며, 반도체 실적 기대감이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5월 초중순 기술적 반락이 나타날 경우 저가 매수 전략이 더 유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정이 오더라도 실적 기대가 살아 있다면 하락장의 출발이라기보다 과열을 식히는 과정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불안 요인도 분명하다.
지난 4월30일 코스피 하락은 국제유가 급등과 대외 불확실성 부담이 겹친 결과로 풀이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1860억원, 2840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1조4540억원 순매도했다.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유지 방침에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시간외 거래에서 배럴당 109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변동성도 낮지 않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VKOSPI는 4월 중순 이후 다시 반등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VKOSPI는 중동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4월17일 48.51까지 내려갔다가 4월29일 55.57로 올랐고, 4월30일에도 54.34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수는 7000선을 향해 가고 있지만, 시장 내부의 긴장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이를 보여준다. 지난달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는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 인버스 2X’였다. 순매수 규모는 6454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TIGER MSCI Korea TR’, 기관은 ‘KODEX 레버리지’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결국 5월 증시는 ‘차익실현이냐, 저가매수냐’의 줄다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 과열은 부담이다. 4월 한 달 30% 넘게 오른 지수는 쉬어갈 명분이 충분하다. 중동 리스크와 유가, 환율,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투자자들의 손을 무겁게 만드는 변수다.
하지만 실적 기대가 살아 있고, 반도체 주도 흐름이 이어진다면 조정은 하락장의 신호가 아니라 숨 고르기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코스피가 7000선을 넘느냐가 아니라, 그 높이를 실적과 수급이 얼마나 버텨주느냐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5월 코스피는 급등 이후 처음 맞는 시험대에 올라섰다”며 “지수는 이미 많이 오른 상태인 만큼, 시장은 4월 상승이 단기 과열이었는지 아니면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인지 확인하려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