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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립묘지 간 찰스 3세, ‘캐나다 십자가’ 참배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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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 때 영국 위한 미국인 희생의 상징
엘리자베스 2세도 1957년 방미 당시 찾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캐나다 희생의 십자가’(Canadian Cross of Sacrifice)라는 이름의 거대한 추모비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캐나다군 일원으로 싸우다가 전사한 미국인들을 위한 기념물이다. 최근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이 캐나다 십자가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끈다.

 

1일(현지시간) 미 전쟁부(옛 국방부)에 따르면 찰스 3세와 부인 커밀라 왕비는 지난 4월30일 국빈 방미의 마지막 일정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다. 찰스 3세 부부는 미 전쟁부 및 육군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무명용사 묘에 붉은 양귀비로 된 화환을 바쳤다. 화환에 붙은 작은 종이 쪽지에는 “영원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In everlasting remembrance)라는 찰스 3세의 메모가 적혔다.

 

지난 4월30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부인 커밀라 왕비가 미군 관계자의 안내로 알링턴 국립묘지 내 ‘캐나다 희생의 십자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화강암으로 된 이 거대한 십자가는 1차대전 당시 캐나다군 소속으로 싸우다 전사한 미국인들에게 캐나다 정부가 헌정한 추모비다. AFP연합뉴스
지난 4월30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부인 커밀라 왕비가 미군 관계자의 안내로 알링턴 국립묘지 내 ‘캐나다 희생의 십자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화강암으로 된 이 거대한 십자가는 1차대전 당시 캐나다군 소속으로 싸우다 전사한 미국인들에게 캐나다 정부가 헌정한 추모비다. AFP연합뉴스

붉은 양귀비는 1차대전 참전용사들이 전쟁터에 흘린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영국 등 영연방 국가들에서 전몰자를 기리는 데 널리 이용된다.

 

헌화식을 마친 찰스 3세 부부는 특별히 묘지 안에 있는 캐나다 희생의 십자가를 찾았다. 이는 1차대전 당시 캐나다 군복을 입고 싸운 미국인들을 위한 추모 시설이다. 1914년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과 독일 제국 간에 전쟁이 터졌을 때 미국은 중립을 선포했다. 당시만 해도 영국 자치령이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영국을 돕기 위해 자국 군대를 유럽으로 보냈다.

 

미국 젊은이들 중에는 독일을 미워하고 영국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알링턴 국립묘지 측에 따르면 미국이 1917년 4월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정식으로 참전하기 전까지 미국 청년 약 4만명이 자원해 캐나다군에 입대한 뒤 유럽의 전장에서 싸웠다. 미국이 전쟁에 뛰어든 이듬해인 1918년 11월 독일의 항복으로 1차대전은 끝났다.

 

전후 캐나다 정부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캐나다군 소속으로 싸운 미국인들을 기리는 추모 시설 헌정을 제안했다. 캘빈 쿨리지 당시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고, 마침내 1927년 11월 묘지 안에 캐나다 희생의 십자가가 세워졌다.

 

지난 4월30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찰스 3세가 알링턴 국립묘지 내 ‘캐나다 희생의 십자가’ 옆에 도열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영연방 회원국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영국 국왕을 자국 국가원수로 섬기는 공통점이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월30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찰스 3세가 알링턴 국립묘지 내 ‘캐나다 희생의 십자가’ 옆에 도열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영연방 회원국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영국 국왕을 자국 국가원수로 섬기는 공통점이 있다. AFP연합뉴스

찰스 3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2022년 별세)는 즉위 후 5년이 지난 1957년 처음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했다. 생애 최초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엘리자베스 2세와 남편 필립 공(公)은 캐나다 희생의 십자가를 보고 싶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 정부가 참전을 결정하기도 전에 그토록 많은 미국인이 캐나다군 소속으로 영국을 위해 싸웠다는 사실에 감동을 느낀 것이다.

 

이날 찰스 3세 부부의 캐나다 십자가 참배는 영국군과 미군 외에 캐나다군, 호주군, 뉴질랜드군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모두 영연방 회원국으로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섬긴다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