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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대통령, 트럼프 겨냥 “우리 항복 받아낼 수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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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모 보내면 즉시 항복’ 트럼프 발언 반박
“침략자들, 국토 구석구석에서 저항 직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에너지 공급이 봉쇄된 쿠바가 사회 전반에 불안과 위기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의 안보 위협마저 가중되고 있다. ‘쿠바 점령’ 운운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쿠바 정부는 항전 의지를 재다짐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2010년대 초 피델 카스트로에 의해 ‘후계자’로 지목돼 국정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쌓았고 2019년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AFP연합뉴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2010년대 초 피델 카스트로에 의해 ‘후계자’로 지목돼 국정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쌓았고 2019년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AFP연합뉴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와 미국을 강력히 규탄하는 글을 게시했다. 디아스카넬은 “미국 대통령이 쿠바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위험하고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는 뻔뻔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를 겨냥해 “아무리 강력한 침략자라도 쿠바에서 항복을 받아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침략자는 우리 국토 구석구석에서 주권과 독립을 수호하기로 결심한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쿠바에 항공모함 전단을 보낼 수 있다’는 트럼프 발언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지난 1일 쿠바와 가까운 미 남동부 플로리다주(州)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우리 군대는 쿠바를 거의 즉각 점령할 수 있다”며 현재 중동에 있는 미 해군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을 언급했다. 링컨함은 이란과의 전쟁에 투입된 상태인데 트럼프는 “(링컨이) 이란에서 돌아오는 길에 쿠바 해안 100야드(약 91.4m) 앞에 정박하면 (쿠바는) 항복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노동절’을 맞아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앞줄 가운데)와 지지자들이 쿠바 국기를 든 채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노동절’을 맞아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앞줄 가운데)와 지지자들이 쿠바 국기를 든 채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와 미국을 향해 결사 항전 의지를 밝힌 디아스카넬은 쿠바 공산주의 혁명 직후인 1960년 태어나 현재 66세다. 1993년 공산당에 입당해 능력을 발휘하며 초고속 승진을 한 결과 당의 최연소 최고위원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2009년에는 49세의 나이로 고등교육부 장관에 기용됐다. 쿠바 혁명의 주역 피델 카스트로(2016년 사망)는 말년에 친동생 라울 카스트로(94)와 더불어 디아스카넬를 ‘후계자’로 점찍었다고 한다. 디아스카넬은 라울에 비해 개방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4월 당시 87세의 고령이던 라울이 쿠바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디아스카넬에게 넘겼다. 이로써 명실상부한 쿠바 ‘1인자’가 된 디아스카넬은 헌법을 고쳐 국가평의회 의장이 아닌 대통령이 쿠바 국가원수로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4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한 디아스카넬은 2023년 재선에 성공했다.

 

디아스카넬은 쿠바·북한의 전통적 혈맹 관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4년 2월 한국과 수교하는 등 개혁적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2025년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쿠바 정권을 ‘범죄자’로 규정해 집요하게 옥죄고 있다. 특히 그간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해 온 석유가 미국의 해상 봉쇄로 뚝 끊겨 발전소 가동을 하지 못하며 요즘 극심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