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9일 종료된다. 투기를 억제하고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10일부터는 조정대상지역에서는 기본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를 가산해 양도세를 매긴다. 지방소득세 10%까지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82.5%까지 높아진다. 다만 양도세 중과를 목전에 두고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매물 대신 증여가 늘어나는 등 정책 의도와 다르게 시장이 움직이는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국부동산원의 4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4% 올랐다. 무엇보다 서울 부동산의 바로미터인 서초구와 송파구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서초구 아파트값은 전주(-0.03%)보다 0.01% 오르며 10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송파구는 0.13% 오르며 두 배 가까이 상승 폭이 커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용산구(-0.03%)와 강남구(-0.02%) 2곳을 빼고 동대문구와 성북구, 중랑구, 영등포 등 외곽지역의 상승률은 평균보다 높았다. 정부가 1월부터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를 압박하면서 증가하던 매물이 속속 사라지고 있어서다. 매물보다는 ‘우회로’를 찾는 일도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아파트, 연립·다세대 등) 증여 등기 건수는 1980건에 달했다. 월별 기준 2022년 1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다.
26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에 반도체발 수십조원의 성과급을 앞세운 풍부한 유동성도 걱정이다. 반면 정부가 ‘1·29 대책’으로 공언한 수도권 6만 가구 공급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1분기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전년 대비 62% 급감한 건 향후 공급절벽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이미 시장에서는 ‘팔 사람은 다 팔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매물잠김, 거래절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세제 일변도 정책은 오히려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도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면서 시장의 불안감만 키운다. 국민 대다수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정교하고 치밀해야 한다.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이미 지난 진보정부에서 실패로 판정 났다. 규제를 풀어 중단된 재건축·재개발을 정상화하고 인허가 절차도 단축해야 한다.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이 정책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