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부터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나란히 영남으로 향했다. 6·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실망한 영남 표심을 파고들며 험지 공략에 속도를 냈고, 국민의힘은 전통적 지지 기반을 다잡으며 방어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에는 영남에서의 선전이 이재명정부 초반 국정동력 확장의 상징이 될 수 있고, 국민의힘에는 영남 수성이 총선·대선 연패 이후 보수 재건의 최소 조건이라는 점에서 양당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다. 다만 민주당은 ‘민주당 간판’에 대한 지역 거부감을 넘어서야 하고, 국민의힘은 장동혁 지도부의 이른바 ‘윤어게인’ 공천 논란으로 흔들리는 내부 균열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與, 영남 공략 속도 “험지 아닌 확장지”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는 3일 부산 구포시장을 방문한 데 이어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구포시장은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부산 북구에 있다. 이날 구포시장 일정에는 하정우 부산 북갑 후보도 동행했다. 민주당이 하 후보를 전략공천한 직후 첫 주말부터 지도부가 현장을 찾은 것은 부산 북갑을 이번 영남 공략의 상징 지역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 대표는 “하 후보가 구덕고 출신이라는 것도 많이 알고 있고 이곳 구포에서 하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저희도 구포 주민 못지않게 뜨겁게 구포를 사랑하고, 저희들은 아주 낮고 겸손한 자세로 끝까지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진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하 후보는 “북구 발전, 부산 발전을 위해 몸이 사라질 정도로 열심히 뛰겠다”며 “초심 잃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영남 공략은 부산에만 그치지 않았다. 정 대표는 2일 보수세가 강한 경북을 찾아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고, 3일에는 경남 진주 논개제와 부산·경남 일정을 소화했다. 4일에는 부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을 단순한 험지가 아니라, 여권 우세 흐름을 전국으로 확장할 전략 지역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영남에서 기대를 거는 배경에는 국민의힘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 대구·부산·경남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거나 접전을 벌이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여당 후보의 ‘힘 있는 지역 발전론’이 보수 텃밭에서도 일정 부분 먹혀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영남의 정서는 여전히 간단치 않다.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과 별개로 ‘민주당은 싫다’는 정서가 남아 있는 만큼, 민주당 후보들은 중앙당 색채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지역 민생과 경제를 앞세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측이 “가능한 중앙당의 결정과 방침에 입장을 내지는 않고 후보는 대구 민생, 대구시민만 강조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지역 민심을 의식한 거리두기로 풀이된다.
◆野, 영남 결집 호소… ‘윤어게인’은 부담
국민의힘도 영남 수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장동력 대표는 3일 대구 수성구에서 열린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지난 2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이어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함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영상을 통해 “지금 대구는 경제시장이 필요한 때”라며 축사를 보냈다. 당 지도부와 보수 원로까지 총출동한 것은 영남에서 밀리면 지방선거 전체 방어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장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대구 시민들 마음에 상처를 드리고 걱정을 끼친 데 대해서 당 대표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오늘은 대구가 하나되고 보수가 하나되고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영남 결집 행보는 당내 균열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장 대표는 최근 방미 논란 등으로 2선 후퇴 요구를 받으며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전날 박형준 후보 개소식에서는 장 대표 지지자와 조경태 의원 간 고성이 오가는 충돌이 빚어졌다. 연단에 오른 조 의원을 향해 야유가 터져 나오자 그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다. 여러분들 때문에 국민의힘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중의 항의가 거세지자 조 의원은 “장 대표를 연호하는 분들은 집에 가라. 여기는 박형준 후보를 위한 자리”라고 맞받았다. 장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 및 공천자 대회에 아예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을 둘러싼 불씨도 남아 있다. 충남에서는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이 출사표를 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 윤리위원회의 정 전 실장 복당 심사 이후 공천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공천을 보류했지만, 윤리위는 전날 예정돼 있던 회의를 돌연 취소했다. ‘윤석열 정권 청산론’이 지방선거의 주요 프레임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공천 문제는 국민의힘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는 페이스북에 “정 전 비서실장의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숙과 반성 없이 국민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한다면 떠날 수밖에 없다”라며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조은희 의원도 “불 꺼진 집에 다시 불을 지르는 격”이라며 “윤어게인 공천은 재고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박덕흠 공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고 이야기하니, 억장이 무너진다”라며 “6월3일 함께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자중지란’을 경계하고 우리 모두 ‘단일대오’ 하자”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