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겠다던 집주인이 다시 보류했습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유리창에 붙은 ‘급매’ 전단은 그대로였지만, 안쪽 분위기는 며칠 전과 달라져 있었다. 가격 조정을 말하던 집주인은 매물을 접었고, 일부는 매매 대신 전세를 다시 놓겠다고 했다.
가격표 앞에 선 매수자는 휴대전화 계산기를 다시 켰다. 지금 사야 하는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일인 5월9일이 다가오면서 주택시장 셈법이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2022년 5월10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는 2026년 5월9일 원칙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예외는 있다. 5월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한 경우, 지역별 요건을 충족하면 일정 기간 안에 양도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보완 유예가 적용된다. 기존 조정대상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은 9월9일까지, 지난해 새로 지정된 지역은 11월9일까지가 기준이다.
세금 시계가 끝을 향해 가는 사이, 시장은 이미 한 차례 방향을 바꿨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활용한 올해 1~4월 누계 기준, 아파트값 상승률 1위는 경기 용인 수지구였다. 상승률은 7.24%다. 안양 동안구가 6.25%, 광명이 5.35%로 뒤를 이었다.
서울 핵심지보다 진입 장벽은 낮지만, 접근성을 갖춘 이른바 ‘준서울’ 지역으로 수요가 먼저 밀려간 결과다.
◆먼저 달린 곳은 서울 밖이었다
연초만 해도 매수세는 서울 안쪽에서 먼저 움직였다. 동작·관악·성동처럼 강남권보다 가격 부담이 낮은 ‘인서울’ 지역이 앞서 뛰었다.
그러나 2월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남3구와 용산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약세가 나타나자, 매수자들은 한 발 바깥으로 움직였다. 안양 동안, 용인 수지, 광명, 구리, 하남처럼 서울 생활권과 가격 매력이 겹치는 지역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수지구 대표 단지로 꼽히는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 전용 84㎡는 최근 17억원에 거래됐다. 최근 6개월 평균 실거래가가 15억원대 초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호 동·층을 중심으로 가격 눈높이가 다시 올라간 셈이다.
이 흐름을 단순한 투자 열기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서울 핵심지 진입이 더 어려워졌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양도세, 보유세, 증여 가능성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시장에는 “지금 팔자”와 “차라리 버티자”가 동시에 섞여 있다.
◆4월엔 서울 외곽도 다시 움직였다
4월 들어 흐름은 다시 서울로 번졌다. 다만 강남 중심의 회복은 아니었다. 강서·성북·동대문·강북·관악 등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에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고가 지역에서 관망이 길어지는 사이, 대출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 실거주 단지로 매수세가 옮겨붙은 것이다.
성북구 길음뉴타운5단지래미안 전용 59㎡는 지난 4월25일 11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직전 거래보다 12일 만에 8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1건의 신고가는 시장에 곧바로 신호를 준다. 주변 단지 호가가 올라가고, 매도자는 매물을 거둘 명분을 얻는다. 매수자는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하나”라는 불안과 “그래도 지금은 비싸다”는 경계 사이에서 흔들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1월 초 5만7000여건에서 3월21일 8만건을 넘겼다가, 5월 초 7만2000건대로 줄었다. 연초보다 여전히 많은 수준이지만, 절세성 매물이 쌓이던 고점에서는 한풀 빠진 셈이다.
지금 시장의 핵심은 단순히 매물이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다. 문제는 실수요자가 살 만하다고 느끼는 가격대의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가 더 빨리 뛴다
매매를 미룬 사람에게 남는 선택지는 전세다. 하지만 전세 시장도 만만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활용한 1~4월 누계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94% 오른 반면 전세가격은 1.46% 상승했다. 경기도 역시 매매가격 상승률은 1.54%였지만 전세가격은 2.37% 올랐다.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빨리 뛰는 구조는 무주택자에게 더 직접적인 압박으로 돌아온다. 수억원의 대출 이자를 감당하고 매수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높아진 보증금을 받아들이고 전세를 연장할 것인가. 둘 중 어느 선택도 가볍지 않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원칙적으로 끝나는 5월9일 이후 시장은 다시 한 번 방향을 시험받게 된다. 절세성 매물이 더 줄어들지, 보유 부담을 견디지 못한 매물이 다시 나올지가 관건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을 단순한 상승장으로 보기보다 ‘매물 구성의 변화’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낮은 호가의 매물이 먼저 소화되고, 전세 수급이 빡빡해지면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