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은 의원내각제 국가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의례적·상징적 역할만 수행하는 반면 국정 운영의 실권은 의회 다수파의 지지를 받는 총리에게 있다. 다만 대통령도 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범죄자들에 대한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인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과의 인터뷰에서 절친인 베냐민 네타냐후(76) 총리의 사면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는 벌써 7년 가까이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그를 인터뷰한 기자에게 “당신의 대통령에게 비비(Bibi·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사면하라고 전달하라”는 분부를 내렸다. 이어 “나와 비비가 아니었다면 이스라엘은 없어졌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쓸데없는 일이 아닌 전쟁에 집중할 총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언급한 ‘당신의 대통령’은 이스라엘 국가원수인 이츠하크 헤르초그(65) 대통령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기본법(헌법)에 따르면 범죄자를 사면하거나 형량을 감경할 권한은 오로지 대통령에게만 있다. 통상적으로는 사법부에서 유죄 판결과 형량이 확정된 인사가 사면 대상이 되지만, 법원 판례는 대통령이 ‘공익에 꼭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형의 확정 이전에도 사면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아직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의 사면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다만 ‘답(사면)은 정해져 있으니 너(헤르초그 대통령)는 관련 서류에 서명만 하면 된다’는 것처럼 들리는 트럼프의 언행은 “부당한 내정 간섭”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는 앞서 2025년 11월 네타냐후 사면 건의안을 문서로 작성해 이스라엘 대통령실에 접수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나는 이스라엘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을 절대적으로 존중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이고 부당한 기소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에 시작된 전쟁을 언급하며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이 극도의 어려움에 처한 시기에 강력하고 결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네타냐후 총리에게 완전한 사면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헤르초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로 존중하고, 또 이스라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함없는 지지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1983∼1993년 이스라엘 대통령을 지낸 하임 헤르초그(1997년 사망)의 아들이다. 정치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2003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온건 개혁파 성향의 헤르초그는 진보 정권에서 건설주택부, 관광부, 복지부 장관 등을 지내고 2021년 임기 7년의 대통령에 취임했다.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네타냐후와 힘을 합쳐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으나, 사법 개혁 등 국내 현안을 놓고선 강경 보수파인 네타냐후와 견해차가 뚜렷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