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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전쟁發 항공유 급등에 파산한 항공사…“업계 재편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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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유류비 상승에 34년 간 운영해 오던 미국의 저비용 항공사가 폐업하면서 항공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류비 상승은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저비용 항공사에 치명적으로 다가와, 업계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스피릿항공. EPA연합뉴스
스피릿항공.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피릿항공의 폐업 소식을 전하면서 “항공유 파동이 항공사들에게 재앙으로 변하고 있다”며 “저가 항공사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표적 초저가 항공사인 스피릿항공은 전날 성명을 통해 “즉각 운영 중단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던 스피릿항공은 이란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며 경영난이 악화했고, 정부 구제금융도 무산되면서 창립 34년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급증하는 여행객 수요로 높은 수익을 기대했던 올해 초 기대와 달리, 항공사들은 유류비 급등으로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비용 증가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항공권 가격은 5차례나 인상됐다. 지난달 말부터 추가 인상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항공사들은 연료비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에어프랑스, 캐세이퍼시픽, 루프트한자 등 여러 항공사는 연료비 절감을 위해 노선을 축소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올해 초만 해도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기대했으나, 지난달에 연료비가 40억달러 급증하면서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유나이티드항공도 수익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인상 압박은 저가·소형 항공사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대형 항공사는 운임 인상과 항공편 감축으로 경영난에 대처할 수 있는 반면,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소형 항공사는 비용을 고객에게 온전히 전가하기 어려워 항공사 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업계 재편이 임박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WSJ는 “유가 급등은 항공업계 구조조정의 촉매제가 돼 왔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치솟는 유가로 여러 항공사가 파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의 폐업은 살아남은 항공사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스피릿항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쟁사들은 벌써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저비용항공사 제트블루는 스피릿항공 폐업 직후 플로리다발 11개 신규 노선을 즉시 발표했다.

 

WSJ는 “분석가들은 스피릿 항공의 폐업으로 수익성이 없는 노선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남은 항공사들의 가격 결정력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며 “일부 항공사는 연말까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거의 전부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쟁이 지속되면서 항공유 가격이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미지수다. 밥 조던 사우스웨스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연료 가격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며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정해진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