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지방선거’) 관련 보도의 비중과 방향, 여론조사 보도 방식, 사법 리스크 보도의 영향 등은 제대로 다뤄지고 있는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 기후·환경, 민생 등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의제 역시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가.
세계일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독자 관점에서 보도를 점검하는 제1기 독자권익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된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한 달여간의 보도를 대상으로 공정성과 균형성, 의제 설정의 적절성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위원장인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필두로 김용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윤지로 클리프 대표, 조영석 한국PR협회 회장,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이 참석해 저널리즘과 인권, 민생, 기후·환경, 사회문제, 소통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제출했다. 세계일보에서는 우상규 부국장이 참석했다.
◆탐사기획-사각의 사각, “가장 눈길 끌어”
4월20일부터 23일까지 보도된 탐사기획 시리즈 ‘사각의 사각’은 기사 완성도와 소재의 참신성, 현장감 있는 취재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지원체계’를 집중 조명하며 방치된 청소년 문제를 개인의 책임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짚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지적장애 부모 가정 등 반복적 방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집요하게 추적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영석 위원=“굉장히 현장감 있는 취재가 이뤄져서 ‘이런 사실들이 있구나’라는 것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방치된 청소년에 대한 책임과 어른에 대한 질타와 더불어 구조적으로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이 기사에 있었습니다. 특히 3층과 11층 사이 지적장애 엄마의 실태, 그래서 아이를 방임할 수밖에 없고, 벌을 받아도 또 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4월22일 ‘[단독] 양육 한계 다다른 부모들, 사회가 방임… 자녀 방치 악순환’)를 짚어준 수작이었습니다.”
조영준 위원=“정말 좋은 기사였습니다. (관련 정책은) 각 부처가 분화돼 있습니다. 아기 때 버려진 아이를 계속 돌보는 것은 보건복지부 관할로, 촘촘하게 잘 돼 있습니다. 중간에 가정을 뛰쳐나간 아이는 성평등가족부 담당인데, 지원책이 거의 없습니다.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으로 아이들을 돌봐주는 지원 활동을 많이 하는데 중간에 가정을 나온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습니다. 그 친구들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의 따뜻한 품으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부분도 후속보도로 다뤄주세요. 정론지에서 끊임없이 그 문제를 파고들면 법과 정부 지원책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정책 제도 개선까지 그리고 실제로 그걸 통해서 그 친구들이 사회의 따뜻한 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부분까지 같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이 위원장=“‘사각’이 뭔가 했는데, 문학적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논픽션 보는 느낌을 줬습니다. (다만) 많은 독자는 모바일로 봅니다. 4월21일 4면에 있었던 반지하방(‘반지하에 갇혀버린 청춘… “동생들 독립할 때까지 버텨야죠”’)은 지면으로 보면 사진이 4분할입니다. 모바일에서는 특화해서 360도 카메라로 하면 더 실제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취재)기자 혼자가 아니라 팀을 구성해, 360도 카메라라든지 모바일 특화된 기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방선거 여론조사, 인터뷰·르포 “인상 깊어”
위원회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박상용 검사의 인터뷰, 지역 현안까지 다룬 6·3지방선거 여론조사,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도입돼도 여전한 산업재해, 부탄 국왕·소설가의 인터뷰와 사건 현장을 생생히 담은 기사 등에 대해 세계일보의 강점을 잘 보여준 기사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4월23일 8면에서 박상용 검사 단독 인터뷰를 했습니다. 법원에서 판단할 것에 대해서 언급하려는 건 아닌데, 반론권은 보장해 줘야 합니다. 과연 연어가 1만원짜리 도시락이었느냐, 아니면 연어 술 파티를 한 것이냐 등 박 검사도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단독 인터뷰를 해서 그쪽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좋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무죄라고 하지만 일단 구속되는 순간 유죄로 여깁니다. 나중에 무죄 판결 나와도 보도가 잘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탐사보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탐사보도하게 되면 관심을 안 가지고 있던 분야를 새롭게 보게 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윤 위원=“6·3지방선거 관련해서 설문을 방대하게 했습니다. 단순히 누가 지지율이 높고 나쁘고를 떠나서 지역별로 현안은 무엇이 있는지까지 파고들어서 준비도 굉장히 철저히 한 것 같습니다. 직매립 금지했다가 난리가 나니까 인천 일부 매립 허용하고 2주 만에 다시 인천에 쌓이고 있는 폐기물 산에 직접 찾아가서 기사 쓴 것도 기자들이 이슈에 눈을 뜨고 잘 따라간 것 같습니다. 4월 초에 있었던 풍력발전 사고와 관련해 노후 풍력발전 현황 등을 기획으로 잘 짚었습니다.”
안 위원=“보통 우리가 로봇이나 AI가 투입돼서 산업재해(산재)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일보 보도(4월28일 ‘[단독] ‘로봇 직원’ 때문에… 年 2.4명꼴 목숨 잃었다’)에 따르면 로봇 1000대당 산재 사망이 독일보다 한국이 훨씬 높습니다. 산재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로봇이 투입돼도 산재는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줄어들 줄 알았는데 로봇 때문에 산재가 발생한다는 것은 기술의 한계와 한국 특유의 일자리 환경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것에 이어서 로봇 투입 전후에 산재 발생 변화 등도 후속으로 분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위원장=“사람 면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부탄 국왕도 인터뷰하고, 세계초대석에서 시원시원하게 쓰고 초대한 인사 면면이 좋습니다. 어느 신문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소설가의 인터뷰가 굉장히 크게 나옵니다.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신이 아니라 소설가의 속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사로 다뤘습니다. 다른 곳에서 단신으로 갈 수 있는데 14일 자 ‘[단독] 막내 품에 안은 아내 “어린 자식들 어떡하라고” 오열… 완도 순직 소방관 통곡의 빈소’ 기사에 기자가 완도 순직 소방관 빈소에 직접 가서 본 현장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면에 굉장히 크게 할당해서 현장 르포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3월30일 1면과 6면에 걸쳐 북한과 중국 접경을 가서 르포를 했습니다. 살아있는 것 같이 현장이 잘 전달됐습니다. 르포를 1면에 배치한 것도 놀랐습니다.”
◆숫자·그래픽 실수, 편향성, AI 남용 “고쳐야”
자매지 워싱턴타임스의 소극적인 활용, 기사 내 숫자·그래픽 실수와 모바일로 볼 때의 불편함, 상투적 표현과 정치적 편향성, 국제 뉴스의 고질병인 시차 문제, AI를 지나치게 활용한 기사 등은 앞으로 세계일보가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김 위원=“예전에 일본 친구와 이야기를 했는데, 폴크스바겐 연비 게이트 사건을 몰랐어요. 일본에서 폴크스바겐을 타는 사람이 없어서 기사가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기사, 봐야 될 기사만 보는 경우가 있는데, 보도해야 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워싱턴타임스라는 자매지가 있으니까 조금 더 신경 써서 좋은 기사를 단신으로 처리하지 말고 원문으로 가져와서 지면에 담으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위원=“‘사각의 사각’ 마지막 회(4월23일 ‘[단독] 취약 청소년 年 3700명, 사회보호망서 사라졌다’)에 숫자가 나오는데, 제목에는 ‘취약청소년이 연 3700명 사라졌다’고 나오는데 본문 첫 부분에는 ‘6000명이 사라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언급 대상(드림스타트 졸업 청소년 6000명, 연계가 안 되는 청소년 3700명)이 달라서인 것 같은데, 제목과 본문 시작 부분 숫자가 다르면 독자가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픽도 독자 대부분은 모바일로 봅니다. 모바일로 해당 기사를 보면 그래픽이 기울어진 모양으로 나와서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모바일에는 모바일에 맞게 수정한 그래픽으로 게시하면 좋겠습니다.”
안 위원=“삼성전자 노동조합 파업을 언론에서 짚는 건 당연하다고 보는데, ‘귀족노조’라고 하는 상투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또한 노조 주장이 어떤 부분에서 논란이 되는지와 더불어 주주, 회사 등 다양한 입장을 소개하면서 지혜로운 해법은 없는지 다루는 게 좋다고 봅니다. 노조 위원장 휴가 가는 것에 대해 모든 언론이 비난 일색인데 왜 휴가를 갔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MZ노조는 과거 노조와 달라진 실용주의 노조인지 등도 다뤄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위원장=“기사 내에 보이지 않게 여당이나 야당을 두둔하는 면이 있습니다. 6·3지방선거 여론조사 기사 중에 여당은 ‘압도적 우위’ ‘더블 스코어’라는 타이틀을 단 반면 야당은 강세 지표가 부제로 들어갑니다. 의도적인 편향이기보다는 실제 분포를 반영한 것일 수 있으나 균형적인 차원에서 표제에서 일방적인 중립화를 권고합니다. 3월30일 1면과 8면에 있던 3대 특검 이후 재판 지연 심화 보도를 보면 3대 특검의 모든 문제가 민주당이라는 프레임(규정·인식)이 있습니다. 민주당의 사법개혁 입법을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프레임하는 단방향적 시선이 두드러집니다. 특검 자체의 필요성이나 사법 체계의 정당성에 대한 균형적 시각이 약한 부분입니다. 9일 재판소원·법왜곡 시행 한 달이라는 심층기획이 있는데, 언급한 사람들은 모두 야당 인사로, 진보진영 인사의 재판소원·법왜곡을 적용하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조영석 위원=“기사인지 광고인지 헷갈리는 기사가 있습니다. 이건 책임감 있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럴 경우 독자에게 작게라도 광고라고 명시해야 합니다.”
윤 위원=“국제 기사는 시차가 있어서 조간 기사가 너무나 구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유튜브로 해설까지 다 풀어냈는데 다음날 멘트 위주로 기사를 쓰면 독자가 봤을 때 신문기사로서 의미가 있는지 고민이 됩니다. 전날에 외신에 보도되거나 그날 아침에 일어난 것은 다른 식으로 독자에게 전달돼야 할 것 같습니다. 모바일로 기사를 보던 중 AI가 쓴 듯한 문장이 많은 기사가 있었습니다. 댓글 창에도 사람이 작성한 게 맞는지, AI로 쓴 기사가 아닌지라는 글이 많았습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