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 추진을 두고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언급하면서 여권 내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검 수사의 필요성에는 청와대와 민주당 모두 대체로 공감하지만, 6·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보수층 결집을 부를 수 있는 특검법 처리를 밀어붙이는 데에는 신중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서는 특검법 처리가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쟁점은 특검 추진 여부가 아니라 처리 시점과 방식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숙의’ 요구 역시 지선을 앞두고 조작기소 특검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지선은 이재명정부 첫 1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데다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는 김남준·하정우·전은수 등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도 선거판 변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검 수사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야당의 공세 빌미는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야권 집중 공세 대상이 됐던 검찰개혁 이슈와 관련해서도 당에 숙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는 다만 표면적으로는 ‘당의 판단에 맡긴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을 향한 속도 조절 요구냐’는 질의에 “당에서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지선 이후일지, 이전일지 당에서 고민해 결정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여권 내에서는 특검법 발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는 시각이 대세다. 국정조사를 통해 조작기소 의혹이 더욱 분명해졌으므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부산 현장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조작기소 특검은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한 시대적 소명”이라면서 “더 이상 정치 검찰에 의해 진실이 뒤바뀌고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는 비극을 좌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작기소 특검은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과오를 바로잡는 사법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특검법이 전면 쟁점화될 경우 국민의힘에 반격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동하고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이 이날 라디오 인터뷰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처리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6일 민주당 새 원내대표 선출이 유력한 한병도 전 원내대표가 이날 언론을 통해 “절차를 탄탄히 해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도 선거 이후 처리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로 읽힌다.
더 나아가 민주당 내부에선 특검법 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상대 진영으로부터 공격받을 빌미를 줬다는 아쉬움이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국정조사 특위에서 내린 결론에 동의한다.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면 공소취소를 하는 것이 법의 원칙”이라면서도 “현재 상황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영남지역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각 진영 지지층이) 상호 결집을 하게 돼 있다”며 “가급적 정치적인 논란이 있는 사안은 자제해야 한다. 시기를 조정하거나 당내 논의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특검법 발의가 선거 표심에 결정적 기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공격 ‘거리’를 국민의힘에 준 것은 문제라고 본다. 선거 이후에 했어도 됐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보수 결집’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영남권 후보들의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이날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가진 공약 발표 도중 관련 질문을 받고 “어려운 지역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후보자들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중앙당이 이런 법안을 내거나 혹은 자신들이 입장을 밝힐 때도 항상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해 달라”고 했다. 영남권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자칫 보수성향 사람들이 뭉칠 기회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을 안 찍을 명분을 준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