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5년 만의 ‘최악 전세난’… 독거노인에 더 가혹했다 [심층기획-사라진 전세, 주거의 자격]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실거주 강화정책 여파 전세 품귀
집주인들 고독사 등 우려 계약 꺼려
“소외계층, 집구하기 더 어려워져”

“나이 든 독거 남성이 거주한다고 하면 만나기도 전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고령의 기초생활수급자 김모(65)씨의 전셋집 물색을 도운 서울 서대문구 주거상담소 관계자는 4일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입주 조건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4개월이 넘도록 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0.8평(약 2.64㎡) 남짓한 고시원에 임시 거주 중이다. 이 고시원에는 약 40명이 거주하는데, 대부분 김씨처럼 주택이 없는 고령자다.

 

저소득 중증장애인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모(67)씨도 지난달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올(All) 전세는 거의 실종됐다고 봐야 한다. 전세는 비장애인 세입자들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다.

 

부동산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LH 등 정부 지원을 받아 전세를 구하는 주거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졌다. 임대인이 고독사 우려 등으로 전월세 계약 체결을 꺼렸는데, 독거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한 것이다. 보증금이 있어도 집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고시원 등 임시 주거시설로 내몰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 억제를 위한 정부 정책이 아이러니하게도 취약계층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소유하는 집에 실거주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져 전세 매물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취약계층이 거주하던 주택의 전셋값도 오르면서 선택 가능한 매물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8.9로, 2021년 6월 넷째주(6월28일) 110.6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