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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반전? 키캡부터 응원봉까지, 외국인 취향 저격한 K-굿즈의 정체

블랙핑크 제니부터 '케데헌'까지... K-컬처 입고 세계로 뻗는 우리 전통

“카와이!(귀엽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전통 문양이 새겨진 ‘키캡(Keycap)’을 구경하던 일본인 관광객 3명이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날 궁중문화축전이 열린 경복궁에는 한복 체험과 ‘K-굿즈’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같은 달 25일 개막한 궁중문화축전은 지난 3일까지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과 종묘 일대에서 열렸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처음 한복을 입어본 카렌씨의 뒷모습. 전민 인턴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처음 한복을 입어본 카렌씨의 뒷모습. 전민 인턴기자

 

◆한복 입고 경복궁 찾은 외국인들

 

베트남에서 가족 6명과 함께 한국을 찾은 카렌(24)씨는 한복을 입고 경복궁 곳곳을 둘러봤다. 카렌씨는 “어릴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며 “드라마 속 한복을 보며 꼭 한번 입어보고 싶었는데 오늘 처음 입게 됐다”고 설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경복궁 흥례문 광장과 용성문 인근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전승자와 소상공인들이 참여한 ‘K-헤리티지 마켓’이 열렸다. 행사장은 전통 기반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문화상품존’과 국가무형유산 전승자의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전승자존’ 등으로 구성했다.

 

‘K-헤리티지 마켓’에서 판매했던 ‘궁궐 응원봉’. 전민 인턴기자
‘K-헤리티지 마켓’에서 판매했던 ‘궁궐 응원봉’. 전민 인턴기자

 

◆외국인 저격, 전통문화 담아낸 ‘K-굿즈’

 

문화상품존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궁궐 응원봉’이었다. 나라의 경사나 외국 사신 접대를 위해 연회를 열던 경복궁 경회루를 형상화한 상품으로,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섯 가지 색이 번갈아 켜졌다. 판매 부스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응원봉부터 본다”며 “모자와 부채도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용성문 안쪽 전승자존에서는 전통 공예품을 구경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국가무형유산 자수장 부스에 있던 조각보 작가 이순덕(71)씨는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노란색 복주머니를 건네며 “프리(Free)!”라고 외쳤다. 옆에 있던 딸 이경희(47)씨는 영어로 “이건 한국의 복주머니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복주머니를 받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허리를 숙였다. 이순덕씨는 행사 기간 관람객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복주머니 4500개를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남편과 함께 한국을 찾은 마라(64)씨는 선물 받은 노란색 복주머니를 들고서 신기하다는 듯 전승자 존에 전시된 굿즈를 살펴보고 있었다. 마라씨는 “여행 가이드북을 통해 경복궁을 알게 됐는데 직접 와보니 정말 좋다”며 웃어 보였다. 프랑스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 온 아나톨(28)씨는 전통 문양이 그려진 가방과 머리끈을 구매한 뒤 기자를 향해 “서울은 정말 멋진 도시”라고 말했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에게 협찬한 전통 장신구를 홍보하는 모습. 전민 인턴기자
블랙핑크 멤버 제니에게 협찬한 전통 장신구를 홍보하는 모습. 전민 인턴기자

 

◆‘케데헌’·제니까지…전통 굿즈에 스며든 ‘K-컬처’ 열풍

 

‘K-컬처’ 열풍은 전통 굿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자수장 이경희씨는 갓 모양 키링을 소개하며 “왕 콘셉트로 만든 상품인데,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화제가 되면서 더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전통 자개를 판매하던 ‘쉘랑코리아’ 직원 김준석(33)씨도 “푸른 고양이 자개 스티커가 ‘케데헌’ 덕에 인기가 많다”고 했다. 전통 장신구를 판매하던 다른 부스에서는 블랙핑크 멤버 ‘제니’에게 협찬된 장신구라는 안내 문구도 눈에 띄었다. 해당 부스 직원 김소미(37)씨는 “제니 협찬 문구를 보고 서양인 관광객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다”며 “매듭 반지 같은 전 통 장신구도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한류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1분기(1~3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약 476만명으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16일 밝혔다. 문체부는 ‘K-컬처’의 세계적 인기와 민관의 적극적인 외래관광객 유치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