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을 설계한 이 셰프는 철판요리를 하나의 장르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과 흐름, 그리고 고객이 느끼는 감정까지 설계하는 셰프다. 레스토랑의 콘셉트 기획부터 오픈까지 전 과정을 주도해 온 그는 스스로를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콘셉트를 만드는 셰프’라고 정의한다.
그의 요리는 화려한 퍼포먼스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좋은 재료, 정확한 온도, 그리고 타이밍. 그가 말하는 요리의 본질은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집중하는 태도, 그것이 그의 요리를 지탱하는 중심이다.
이 셰프의 요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철판 위에서 완성되는 경험’이다. 그는 고객 앞에서 요리를 완성하는 이 순간을 하나의 공연이라고 표현한다. 단순히 맛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를 공유하며 감정을 나누는 방식이다. 눈앞에서 완성되는 음식은 더 이상 결과물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 된다.
그 흐름의 정점에는 그의 시그니처 메뉴들이 자리한다.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이자 라벤더 청담을 대표하는 메뉴인 ‘메로 파피요트’는 단순히 맛있는 생선요리를 넘어 이 셰프가 만들어낸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파피요트라는 조리법은 원래 오븐에서 완성되는 프렌치 기법이다. 재료를 종이로 감싸 내부의 수분과 향을 그대로 가두어 익히는 방식이다. 이 셰프는 이 전통적인 방식을 철판 위로 끌어올렸다. 철판이라는 공간은 열의 전달 방식이 다르고, 조리의 속도 또한 완전히 다르다. 이 셰프는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파피요트를 재해석했다.
250도의 온도에서도 녹지 않는 인체에 무해한 조리용 필름 안에 담긴 메로와 각종 재료들은 철판 위에서 다시 한번 끓어오른다. 고객은 그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게 된다. 봉인된 상태에서 익어가는 음식은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 ‘보이지 않는 과정’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안에는 미리 구워낸 메로, 깊게 우려낸 육수, 그리고 허브와 채소들이 함께 들어간다. 육수는 생선 뼈와 청주, 숙성 간장, 그리고 훈연된 재료까지 더해져 만들어진 다양한 레이어를 가지면서 더욱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재료가 필름 안에서 서로의 향을 교환하며 완성된다.
요리는 결국 ‘균형’이 잘 맞아야만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강하지 않지만 분명한 풍미, 부드럽지만 깊이 있는 맛,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고객의 눈앞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 셰프의 ‘메로 파피요트’는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순간까지 포함한 경험이 된다. 이 셰프는 이 조리 방식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며 철판 다이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후 여러 레스토랑에서 유사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지만, 메로 파피요트만큼은 여전히 그만의 시그니처로 남아 있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부야베스다. 이 요리는 단순히 레스토랑의 메뉴가 아니라 이 셰프 개인의 시간을 담고 있는 음식이다. 그가 주니어 셰프로 일하던 시절, 주방은 지금보다 훨씬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레시피는 쉽게 공유되지 않았고, 중요한 비법은 철저히 감춰졌다.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맛이 달라 혼나는 날들이 반복됐지만, 이유조차 알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 속에서 그는 기다림을 선택했다.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정받기 위해서. 그리고 그 시간이 쌓인 끝에 비로소 전수받은 요리가 바로 부야베스다. 이 수프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해산물 요리다.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을 베이스로, 채소와 향신료를 더해 오랜 시간 끓여낸다. 이 셰프의 부야베스는 여기에 자신만의 해석이 더해진다. 깊고 진한 국물은 단순히 재료의 조합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이다. 특히 이 요리는 그의 기억과 감정이 함께 담겨 있다. 쉽게 얻을 수 없었던 레시피, 오랜 시간 끝에 얻은 기술, 그리고 그것을 반복하며 완성해 온 시간들. 그래서 그는 이 요리를 여전히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현재까지도 그는 이 레시피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의 전달이 아니라 시간을 담는 방법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 셰프의 요리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전달’이다. 그는 요리를 기술로 보지 않는다. 재료를 다루는 능력, 불을 이해하는 감각, 그리고 반복된 훈련은 기본일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무엇을 담아내느냐다. 철판 위에서 완성되는 요리는 더더욱 그렇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불과 재료의 움직임,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하는 시간까지 모두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 흐름이 온전히 전달될 때 비로소 한 접시는 완성된다. 그래서 그는 셰프를 단순한 요리사가 아닌 ‘경험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고객과 감정을 나누고, 기억을 남기는 사람. 그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직업의 가장 큰 가치라고 믿는다.
라벤더 청담에서의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그것은 불 위에서 완성되는 하나의 시간이며, 셰프가 설계한 흐름 속에서 경험하는 감정이다. 이 셰프의 요리는 결국 묻고 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맛보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가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