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내 한국 선박이 폭발하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에서 HMM 운용 화물선 ‘나무호’ 선체에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한국 선박에 피해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 6명 등 24명 선원 모두 무사하다니 천만다행이다. 청와대는 어제 “폭발과 화재의 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 중이며 확인되는 대로 그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부 피격인지 내부 원인인지도 모른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진상을 신속히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해협에는 한국 선박 26척과 선원 173명의 발이 두 달 넘게 꽁꽁 묶여 있다. 그사이 일본과 프랑스 등 주요국들은 기민한 외교력을 발휘해 자국 선박을 탈출시켰다. 한국은 이란과 고위급 소통을 유지하며 주요국 중 유일하게 특사까지 파견했지만 아무 소득이 없다. 외교적 무능과 안일한 대응이 부른 안보위기라는 야당의 비판이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선박을 탈출시키는 ‘해방작전’(프로젝트 프리덤)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공격했다”며 “한국도 해협 개방을 위한 미국의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거 같다”고 압박했다. 지난 3월엔 한국·일본·중국 등 5개국에 군함파견을 요청했는데 이번에는 한국만 콕 집었다. 정부는 검토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의 작전이 미·이란 종전협상 압박용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동맹의 의무를 다하라는 트럼프의 압박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는데 우리 정부의 고민이 있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에 비판적인 독일과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자동차 관세 인상과 주독일 미군 5000명 감축 등 보복 조치를 결행했다. 군함파견은 중동전쟁 연루 위험은 차치하더라도 이동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등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 등 유관국가들과 공조·연대하며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발등의 불은 호르무즈해협에 고립된 우리 선박과 선원의 무사귀환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건 국가의 기본 책무다. 정부는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실효성 있는 구조·보호 대책을 서둘러 내놓고 대이란 귀환협상에도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미·이란 종전협상 등 정세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한·미동맹과 국익을 동시에 지켜낼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