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에서 프로야구 시즌 한 달이 넘자마자 투수들의 부상과 수술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KBO 리그에서는 LG 마무리 유영찬이 오른쪽 팔꿈치 주두골 피로골절로, 한화의 문동주는 우측 어깨 관절와순 손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에이스이자 2년 연속 사이영상을 받은 타릭 스쿠발이 왼쪽 팔꿈치 유리체를 제거하는 관절경 수술을 받게 됐다.
각 리그의 대표 투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수술대에 오른다는 사실은 현대 야구가 투수에게 요구하는 요소들이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투수의 장기 부상은 돌발변수가 아니라 항상 대비해야 할 요소가 된 분위기다.
과거 투수의 부상은 잦은 등판과 많은 투구 수, 즉 ‘혹사’가 주요인으로 꼽혔다면 관리가 일반화된 현대 야구는 달라졌다. 최근 투수 부상의 대표적 요인으로 ‘구속 혁명’이 대두하고 있다. 현대 투수는 오래 던지는 것보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많이 회전시키는 공을 던지는 것을 요구받고 있다. 시속 150㎞는 더 이상 특별한 숫자가 아니며, 160㎞를 던져야 박수받는 시대다. 변화구도 마찬가지다. 더 예리한 각도와 더 큰 낙차 등을 요구한다. 여기에 발전한 투구 추적 시스템은 공의 회전 수, 릴리스 포인트, 수직·수평 움직임 등 다양한 항목의 수치를 제시하며 투수들을 압박한다.
결국 이는 투수들의 팔꿈치 인대, 굴곡근, 회전근개, 관절와순에 과부하로 이어진다. MLB가 2024년 발표한 투수 부상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투수가 더 강하게 던질수록 팔꿈치에 걸리는 스트레스가 커지며, 패스트볼 구속 증가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수술) 증가가 함께 나타났다.
어린 투수들에게 이런 상황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개념이 ‘버두치 효과’다. 유명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제기한 이 개념은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 대비 최소 30이닝을 더 던지면 부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골자다. 최근 국내 투수 중 ‘버두치 리스트’에 올랐던 2023년 소형준(KT) 안우진(키움), 2024년 김윤식(LG) 이의리(KIA) 등이 팔꿈치에 칼을 댔다. 특히 KBO리그는 선발 자원이 얇은 팀이 많아 불펜 과부하가 반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젊은 투수 보호 원칙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수술 여부와 상관없이 투수들의 수명에 악영향을 미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이스로 두 차례 사이영상을 받았던 팀 린스컴은 갑작스러운 구속 저하로 빅리그 경력은 10년에 그쳤고 그중 전성기는 5년 남짓에 불과했다. ‘토르’라는 별명처럼 압도적 강속구의 상징이었던 노아 신더가드는 토미 존 수술 이후 구속 회복에 실패하며 여러 팀을 전전하며 재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고전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시장에서도 투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MLB 다년계약 총액 기준 톱5 안에 투수는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한 명뿐이다. 오타니도 엄밀히 말해 투수가 아닌 투타 겸업의 가치를 평가받은 것이다. 최근 MLB에서 야수는 20대 중후반에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총액 4억달러(약 5400억원) 이상을 받는 ‘메가 딜’이 흔해졌지만 투수 5년 이상의 장기계약보다는 단기계약에 연봉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경향은 KBO 리그도 따라가는 모양새다. 그만큼 투수의 수명을 짧게 본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부상과 수술의 두려움에서 투수를 건져내고 롱런하게 할 해법은 없을까. 일단 투구 수만 볼 것이 아니라 고강도 투구 비율, 연투, 휴식일, 전력투구 빈도, 갑작스러운 이닝 증가, 구속 상승 과정에서의 신체 변화까지 통합적 관리가 절실하다. 이는 유소년과 아마추어 단계부터 필요한 일이다.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구속 경쟁에 빠질 경우 자신도 모르게 선수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일부러 느린 공이나 위력이 없는 변화구를 던질 수도 없다는 점이 투수의 딜레마다. 이미 세계 야구는 구속 혁명의 시대에 들어갔기에 국제경쟁력 측면에서도 한국 야구 역시 이런 흐름을 좇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면 투수들에게 수술은 숙명일지도 모른다. 점점 발달하는 의학과 재활 기술이 투수들에게 구원의 동아줄이 될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