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을 항해하던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승객 3명이 숨지고 4명이 추가 감염되는 집단 발병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일(현지시간) 원인 바이러스를 한타바이러스(Hantavirus)로 지목하고 국제 공조 대응에 나섰다. WHO는 이번 발병의 원인이 치사율이 최대 50%에 달하며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안데스바이러스’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무엇이며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본다.
Q. 한타바이러스의 기원은 한국?
A. 한타바이러스라는 이름 자체가 한국에서 유래했다. 1950~53년 6·25 전쟁 당시 유엔군 병사 약 3200명 이상이 원인 불명의 고열·신부전·출혈 증상으로 쓰러졌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연구진이 수십 년간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그러다 1976년 고려대 이호왕 박사가 경기도 한탄강 유역 등줄쥐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호왕 박사는 이 바이러스를 발견 장소인 강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로 명명했고, 이후 같은 속(屬)에 속하는 바이러스군 전체를 통칭해 ‘한타바이러스’라 부르게 됐다. 국가기록원은 이호왕 박사를 “유행성출혈열 병원체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예방백신까지 개발한 연구자”로 공식 기록하고 있다. WHO는 현재까지 20여 종의 한타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Q. 어떻게 감염되나?
A. 주요 감염 경로는 감염된 설치류의 소변·배설물·타액이 공기 중에 미세 에어로졸(aerosol) 상태로 날릴 때 흡입하는 것이 가장 흔하다. 그 외에 오염된 표면에 손이 닿은 후 코·입을 만지거나, 드물게 설치류에게 물리거나 긁히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 간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안데스바이러스의 경우 예외적으로 밀접 접촉을 통한 사람 간 전파가 보고된 바 있다.
Q. 치명률은?
한타바이러스는 ‘어떤 종이냐'에 따라 치사율이 하늘과 땅 차이다. WHO 2026년 공식 보고서는 “아시아·유럽 지역 한타바이러스의 치사율은 1~15%, 아메리카 대륙은 최대 50%”라고 명시했다. 한국 등 아시아에서 주로 유행하는 한탄바이러스·서울바이러스는 신장을 공격하는 신증후군출혈열(HFRS)을 일으키며 치사율이 1~15%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의료 수준 향상으로 현재 치사율은 5% 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남미에 분포하는 안데스바이러스(Andes Virus)는 폐와 심장을 급격히 망가뜨리는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HPS)을 유발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칠레에서 2001년까지 보고된 135건의 치사율을 48.8%로 공식 기록했으며, 2023년에는 “안데스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의 치사율은 40%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WHO도 2019년 아르헨티나 공식 발병 보고서에서 “치사율은 35~50%에 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범아메리카보건기구(PAHO)의 2025년 12월 역학 경보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아메리카 대륙 전체 한타바이러스 감염 치사율은 22.9%로 최근 4년 평균(15.9%)을 크게 웃돌았다.
Q. 역사적 집단 감염 사례는?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의 역사에서 가장 먼저 꼽히는 사례는 1993년 미국 남서부 신노브레바이러스 사태다. 뉴멕시코·애리조나 등 이른바 ‘포코너스’ 지역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집단 사망이 잇따랐다. CDC는 이를 신종 한타바이러스(신노브레바이러스) 감염으로 확인했다. 당시 치사율은 약 50%였다. CDC에 따르면 이후 2023년 말까지 미국에서 보고된 전체 감염 건수는 890건에 달한다.
안데스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가 처음 공식 확인된 것은 1996년 아르헨티나 엘볼손이었다. CDC가 발생하는 학술지에 따르면 당히 약 한달 반 사이 20명이 감염돼 10명이 사망했고(치사율 50%) 감염자 중에는 의사 5명이 포함됐다. 당시 환자 접촉 의사 1명은 채혈 부위에 거즈를 대는 짧은 접촉만으로 감염됐으며, 지역 내 설치류 개체 수가 평년보다 현저히 낮아 쥐가 아닌 사람을 통한 전파가 주요 경로였음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가장 최근의 대규모 사례는 2018~2019년 아르헨티나 에푸옌 집단 발병 사건이다. WHO는 2019년 1월 공식 발병 보고서(DON)를 통해 “아르헨티나 추붓주 에푸옌에서 29건 확진·11명 사망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은 2020년 해당 사건을 ‘슈퍼 전파자’ 사례로 심층 분석해 게재하며, 단 한 명의 최초 감염자가 파티에 참석한 것을 기점으로 4세대에 걸친 사람 간 감염 연쇄가 이어져 최종 34명 확진·11명 사망(치사율 32%)에 이른 것으로 기록했다.
Q. 한국의 발병 상황은?
한국은 아시아형 한타바이러스인 신증후군출혈열의 전통적 풍토병 지역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373명이 신고됐으며, 전남·충남·전북·경남·경기 순으로 발생이 많았다. 매년 400~500건 수준이 꾸준히 보고되는 가운데, 주로 가을철(10~12월) 농촌 및 야외 활동 중 등줄쥐 배설물에 노출되면서 감염된다. 질병관리청은 농부·군인·야외 근로자·설치류 실험실 종사자를 주요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치사율이 10~20%에 달했던 것과 달리, 현재 한국의 신증후군출혈열 치사율은 집중 치료 체계 확립 덕분에 5% 미만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질병관리청은 밝혔다.
Q. 코로나19와 비교하면?
치사율만 놓고 보면 남미형 안데스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비교 자체가 어렵다. WHO 집계 기준 코로나19의 전 세계 평균 치사율은 유행 초기 약 1~3% 수준이었으나, 안데스바이러스는 35~50%다. 아시아형 한타바이러스(치사율 1~5%)도 코로나19 초기 변이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파력에서는 두 바이러스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코로나19는 비말·공기 전파로 수일 만에 전 세계로 확산했지만, 한타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쥐→사람’의 단방향 전파가 원칙이며 사람 간 전파는 안데스바이러스에서만, 그것도 WHO가 “밀접하고 지속적인 접촉이 있을 때만 드물게 발생한다”고 규정할 만큼 제한적이다.
증상 면에서는 초기에 발열·근육통·두통 등으로 시작해 독감과 구분이 어렵지만, 한타바이러스는 이후 수 시간 내에 급격한 호흡 부전 또는 신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보다 임상 경과가 훨씬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다. WHO는 이번 크루즈 사태에 대해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도는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안데스바이러스 풍토 지역을 방문한 여행객과 크루즈 탑승자에 대해서는 주의를 당부했다.
Q. 백신과 치료법은?
서구권에서 승인된 한타바이러스 백신은 현재 없다. 한국에서만 이호왕 박사 팀이 개발한 ‘한타박스(Hantavax)’가 국내 1호 신약으로 등록돼 있다. 질병관리청은 군인·농부·야외 고위험군에게 10월 이전에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접종 방법은 1개월 간격으로 2회 기본 접종 후 12개월 뒤 1회 추가 접종이다. 그러나 이 백신은 한탄바이러스·서울바이러스 등 아시아형에만 효과가 있다. 이번 크루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안데스바이러스를 포함한 남미형 한타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WHO는 “현재 한타바이러스에 대한 특이적 항바이러스제는 승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으며, CDC는 산소 요법·인공호흡·투석·혈압 유지 등 지지 요법이 치료의 전부라고 안내하고 있다.
칠레 감염내과 전문의 파블로 비알 박사는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안데스바이러스 환자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로 몇 시간 내에 악화할 수 있어, 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가 있는 중환자실로의 즉각 이송이 생사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결국 예방이 유일한 방패라는 것이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려면 쥐 배설물 처리 시 N95 마스크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야외활동, 농촌여행, 생태체험 등 후 옷을 세탁하고 샤워를 철저히 해야 한다. WHO는 이번 크루즈 사태 이후 원정 생태 여행 참가자에게 귀환 후 45일간 증상 모니터링을 공식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