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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우 릴레이’ 일어날까…‘변화론’ 박은미 vs ‘안정론’ 전진선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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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양평, 이번에는 뒤집힐까…고(故) 정동균 군수 배우자 출마
최대 쟁점 ‘서울~양평 고속도로’…인구 구조 변화·중도층은 핵심 변수
‘양평 최초 여성 군수’ 도전 박은미…“양평 다시 뛰게 할 것, 민생 정책”
‘현직 프리미엄’ 전진선…“성과 토대로 중단 없는 발전, 관광도시 육성”

#. “재임 중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에 집중했고 수정안이나 (김건희 일가가 소유한 땅 인근인) 강상면 일원으로 나들목(IC)이 나가는 안에 대해선 논의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2023년 7월 인터뷰한 고(故) 정동균 양평군수는 격앙돼 있었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책임론이 오가던 당시 “노선을 바꿔달라던 주민 얘기는 없었다”며 노선 변경 의혹을 꼼꼼히 따졌습니다. 3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정권이 바뀌고, 김건희씨는 구속됐지만 서울∼양평고속도로 정상 추진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박은미 더불어민주당 양평군수 후보(왼쪽)와 전진선 현 양평군수. 각 후보자 캠프 제공
박은미 더불어민주당 양평군수 후보(왼쪽)와 전진선 현 양평군수. 각 후보자 캠프 제공

◆ 최초 여성 군수 vs 경찰 출신 재선…상반된 목표

 

‘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경기 남부의 ‘보수 텃밭’ 양평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민선 8기 내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양평에선 국민의힘 전진선(66) 현 군수와 더불어민주당 박은미(60) 후보가 ‘수성’과 ‘탈환’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군의원 출신인 전 군수와 달리 박 후보는 기업인 출신입니다. ‘양평 최초 여성 군수’를 노리는 그는 2018년 양평의 보수 독주 체제를 깨뜨렸던 민선 7기 정동균 전 군수(민주당)의 배우자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양평은 1995년 선거를 통해 군수를 처음 선출한 뒤 진보성향 단체장을 거의 배출하지 않았습니다. 정 전 군수가 유일합니다. 무소속이던 한택수(재선)·김선교(3선) 전 군수가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보수색이 짙었습니다. 특히  김 전 군수는 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기며 3선을 했습니다.

 

국민의힘 후보인 전 군수는 양평경찰서장과 양평군의회 의장을 거친 중량급 인사입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현직 프리미엄’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1차 경선에서 1위를 내주긴 했으나, 결선에서 저력을 발휘하며 재선 도전권을 가져왔습니다.

 

전 군수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민선 8기의 성과인 관광 활성화와 생활 인프라 확충 등을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성과를 이어가야 할 시기”라는 안정론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글로벌 관광도시 육성, 안전·환경·주거 균형 도시 조성, 힐링 복지도시 구현, 미래 일자리 도시 조성 등이 공약입니다. 현직 단체장으로서 지닌 관성과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웁니다.

 

예비타당성 통과 당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도. 양평군 제공
예비타당성 통과 당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도. 양평군 제공

◆ 박은미 “고속도로 조기 착공”…전진선 “균형도시·관광도시 조성”

 

반면 박 후보는 ‘변화’와 ‘생활 밀착형 정책’을 내걸고 진보 진영의 탈환을 노립니다. 박 후보는 경선에서 4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과반 득표를 하며 결선 없이 본선에 직행했습니다.

 

박 후보는 ‘양평 최초 여성 군수’라는 표어와 함께 현 군정의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요 공약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조기 착공, 상수원 보호 구역 규제 개선, 수도요금 인하 등 민생 정책, 관광산업 연계 등입니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 지역 시민사회 활동을 통한 두터운 지지 기반이 강점입니다. 

 

이번 양평군수 선거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단연 서울~양평 고속도로입니다. 민선 8기 내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이 사업의 노선 결정과 재추진 시기는 군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2023년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당시 양평군 도로에 걸린 현수막. 연합뉴스
2023년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당시 양평군 도로에 걸린 현수막. 연합뉴스

전 군수는 행정의 연속성을 통한 해결을, 박 후보는 조기 착공과 양평IC 설치 등 대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넓은 면적을 가진 지역 특성상 지역 간 개발 격차 해소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인한 규제 완화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꼽힙니다. 박 후보는 수도요금 인하와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으며, 전 군수는 글로벌 관광도시 육성을 통해 경제적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입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보수 텃밭인 양평에 정권 교체 바람을 타고 파란 깃발이 꽂힐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양평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이지만, 최근 흐름은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미 제7회 지방선거에선 ‘보수 불패 신화’가 깨졌습니다. 당시 지역민들은 정당보다는 인물과 정책, 변화에 반응하는 양태를 드러냈습니다.

 

양평군청
양평군청

◆ 코라손 아키노·인재근 의원 떠올려…상징성↑

 

‘위도우 릴레이(Widow Succession)’라고 불리는 상징성과 동정론도 변수입니다. 배우자가 생전 추진하던 정책적 정체성을 공유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겁니다. 배우자가 단순한 ‘가족’을 넘어 정치적 동지로서 철학을 함께 나눴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필리핀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남편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의원이 1983년 마르코스 독재 정권에 맞서다 암살당하자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국내에선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배우자 인재근 전 국회의원(민주당)이 있습니다.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렸던 남편의 후광을 업고,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남편의 지역구였던 서울 도봉구 갑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이후 내리 3선을 하며 중진 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도 살펴봐야 합니다.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유입되는 신도시형 유권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들의 표심은 전통적 보수 성향과는 거리가 멀 수 있어 박 후보에게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은 ‘중도층’과 ‘투표율’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양평에선 전 군수의 안정적 군정 운영 성과에 만족하는 층과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층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중앙 부처의 고속도로 관련 판단 시점과 그 내용이 선거 직전 발표될 경우 표심은 요동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현직 프리미엄과 보수 지형은 전 군수에게 유리하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외지 유입 인구의 표심은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결국 승부는 고속도로 이슈에 민감한 중도층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