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사를 받으러 자진 출석한 피의자를 ‘출석불응 우려’ 이유로 체포영장을 집행해 경찰서 앞에서 체포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를 받는 A(46)씨의 상고심 선고에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이 같이 판시했다.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1760만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은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8월∼2021년 1월 경기 의정부시 한 오피스텔에 자신 명의로 4개 호실을 임차하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경찰서에 자진 출석했음에도 불법 체포됐으며 협박과 회유에 못 이겨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21년 1월 경기북부경찰청은 법원으로부터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그해 2월4일부터 A씨에게 수차례 연락해 영장 집행 과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A씨는 ‘지방에 있어서 어렵다’거나 ‘변호인과 상담 후 출석하겠다’고 답하다가 2월19일 오후 3시 경기북부경찰청 수사팀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당일 잠복하다 경찰서 앞에 나타난 A씨를 체포했다. A씨가 같은 혐의로 이미 2건의 형사처분을 받았고 다른 범행으로 징역형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등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작성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A씨는 항소하며 경찰이 자진 출석한 자신을 불법 체포한 만큼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2심은 A씨의 처벌 전력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체포영장에 기해 체포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하고 1심의 유죄 판단도 유지했다.
반면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200조의2에서 정한 체포영장 요건인 ‘출석요구에 불응할 우려가 있는 때’를 경찰이 엄격히 살펴봐야 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된 경우라도 검사와 사법경찰관리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체포의 사유와 그 필요성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최초 출석요구를 받은 시점부터 2주 만에 자진 출석하기로 약속해 이를 이행한 이상 '출석 불응의 우려'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언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아울러 “경찰이 A씨에 대해 영장을 집행할 당시 체포 사유와 그 필요성이 충족됐다고 본 판단은 어느 모로 보나 경험칙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위법한 체포”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A씨를 체포한 뒤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및 진술서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근거로 쓸 수 없다고 봤다.
다만 “A씨의 진술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아무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실형을 선고한 원심은 그대로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