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기소유예 처분 취소’ 기능을 법원으로 옮기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헌재가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냈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이 확보한 의견서에 따르면 헌재는 2월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행정소송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이같이 밝혔다.
기소유예는 범죄 행위 자체는 인정돼 기소가 가능하지만 검사가 재량에 따라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불기소하는 처분이다.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한 피의자는 고등검찰청 또는 검찰총장에 항고할 수 있으며, 기각 시 90일 이내에 헌재에 기소유예 처분 취소 청구 헌법소원을 재차 제기할 수 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을 법원 재판을 통해 다투는 것이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의견서에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해야 할 사안임에도 범죄의 충분한 혐의가 있다고 보아 기소유예처분을 하는 경우, 피의자 입장에서는 공소제기된다면 무죄판결을 받아 범죄혐의를 벗고 수사기관이 더는 이를 재론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며 “공소를 제기한 것보다 더 불리한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피의자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불이익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소유예처분이 피의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에 해당할 수 있음에도 통상의 처분과 달리 법원의 재판을 통한 권리 구제가 보장되지 않고 있어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 측면에서 볼 때 미흡한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 확정 및 개별 처분의 위법성이 주로 다투어지는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불복은 우선 법원의 재판을 통해 위법 여부를 판단하게 하고, 헌법재판소는 헌법 해석과 위헌 여부 판단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사법 시스템의 측면에서 보다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업무로 인해 헌재 심판 업무가 적체되고 있다는 의견도 냈다.
헌재는 “최근 5년간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전원재판부 회부율은 약 80%에 매우 높고, 전원재판부 선고사건 중 기소유예처분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비율 또한 약 33%에 달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은 헌법재판소의 사건 처리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심판 업무의 적체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신설하는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전날(6일) “사법 체계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한다”는 반대 의견을 국회에 냈다.
행정처는 의견서를 통해 “기소유예 등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형사사법 영역으로 일반 행정처분과 다르다”며 “행정법원에서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앞서 2월10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헌재가 아닌 행정법원을 통해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하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