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학생인 줄 모르고 공격했다”며 계획범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7일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장모(24)씨는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한 장씨는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며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정말 죄송합니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또 ‘왜 여학생을 공격했나’라는 물음에는 “여학생인 것을 알고 살해한 것은 아니다. 계획 안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10여분 만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장씨는 ‘심경이 어떠냐’, ‘왜 흉기를 들고 다녔냐’, ‘여학생에게 미안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장씨의 모습을 본 한 시민은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경찰은 장씨의 증거 인멸 정황을 토대로 계획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장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지난 5일 오전 12시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인도에서 고교 2학년 A(17)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의 비명을 듣고 도우려던 또 다른 고교생인 B(17)군에게도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장씨는 흉기를 미리 소지한 채 차량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A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장씨는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범행 충동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장씨는 피해자들과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조사돼 경찰은 당초 이른바 이상 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유형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장씨가 범행 후 무인 세탁소에 들러 혈흔이 묻은 옷을 세탁하는 등 증거 인멸 정황이 드러나면서 계획범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장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를 심의하는 한편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와 재범 위험도 평가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 한 장례식장에서는 A양의 발인이 엄수됐다. 유족들은 흰 천이 덮인 관 위에 국화를 한 송이씩 올리며 A양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A양의 어머니는 국화를 올려놓으며 관을 부둥켜안은 채 오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