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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마운자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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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가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에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운자로의 올해 1분기에 매출은 87억달러(약 12조6000억원)로 79억달러에 그친 키트루다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해 준 혁신적인 치료제 키트루다와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세계적인 ‘마운자로 열풍’을 새삼 체감케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시 첫 달인 작년 8월부터 약 12주간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처방 건수도 지난해 8월 1만8579건에서 올 4월 22만8199건으로 대폭 늘었다. 미국에선 비만율이 낮고 기대수명이 높은 부유층 거주지에서 마운자로 계열의 치료제를 가장 많이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높은 비만율로 당뇨병이 흔한 가난한 동네에서 받은 처방은 미미하다는 전언이다. 인종과 빈부 간 건강 격차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마운자로가 비싼 약값과 의료 서비스 접근성의 간극에 따른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낳는 것도 아이러니다.

마운자로 등은 성인 비만환자의 체중관리를 위한 저칼로리 식이·운동요법의 보조제로 품목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상은 땀을 흘리지 않고 주사 한 방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이 적잖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필라테스·요가원에서 카드로 결제한 고객 수는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2021년보다도 12% 줄었다. 작년 헬스장 이용 고객 수도 전년 대비 2% 가까이 줄면서 폐업을 신고한 업체도 553곳에 달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마운자로에서 촉발된 비만 치료제 열풍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운동 병행 없이 살만 빼면 근 손실로 외려 건강에 해를 끼친다. 비만 치료제의 임상시험과 치료과정에선 발기부전, 성욕감퇴나 의욕상실 등의 부작용도 보고됐다고 한다. 적당히 살찐 사람이 오히려 더 건강하다는 ‘비만의 역설’도 기준이 모호하고 질환마다 편차가 커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렇더라도 다이어트 등의 목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오·남용할 바에야 뚱뚱한 편이 나을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