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졌으니 잘라낼까?”
집에 올라가는 계단 앞. 발을 딛는 순간 무릎 안쪽이 먼저 욱신거린다. 한 칸 내려설 때마다 무릎 안쪽이 찌릿하고, 난간을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간다. 앉았다 일어날 때 관절 안에서 무언가 툭 걸리는 느낌도 난다.
병원 MRI 검사에서 ‘반월상연골 파열’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중장년층은 수술부터 떠올린다. 찢어졌으니 잘라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년 이후 서서히 생긴 퇴행성 파열은 얘기가 다르다. MRI 사진 한 장만으로 수술 여부를 정하기엔 무릎 통증의 원인이 훨씬 복잡하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반월상연골 파열로 진료받은 환자는 6만7197명이다. 이 가운데 50·60대는 3만2639명으로 48.6%를 차지했다. 중년 이후 무릎 안쪽 통증과 뻣뻣함이 흔한 불편을 넘어 실제 진료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무릎 통증의 배경은 더 넓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진료 데이터에 따르면 무릎관절증 진료 인원은 2018년 287만4000명에서 2022년 306만6000명으로 늘었다. “나이 들면 다 그렇다”는 말로 넘기기엔 이미 환자 규모가 크다.
◆10년 추적서 드러난 ‘절제술의 한계’
최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실린 핀란드 FIDELITY 연구의 10년 추적 결과는 중년 무릎 수술에 대한 익숙한 판단을 다시 보게 했다.
연구진은 35~65세 퇴행성 내측 반월상연골 파열 환자 146명을 대상으로 부분 반월상연골 절제술을 받은 군과 모의수술군을 비교했다. 대상자는 방사선 검사에서 뚜렷한 골관절염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들이었다.
모의수술은 피부 절개 등 수술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절차는 거치지만, 실제 연골 절제는 하지 않는 방식이다. 단순히 약물치료와 비교한 연구보다 수술 자체의 ‘플라시보 효과’를 더 엄격하게 걸러낸 셈이다.
10년 추적을 마친 환자는 133명이었다. 결과는 수술 쪽에 유리하지 않았다. 부분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증상과 기능 면에서 뚜렷한 이득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무릎 기능 저하, 골관절염 진행, 추가 무릎 수술 가능성 등 일부 지표에서는 더 불리한 흐름이 관찰됐다.
핵심은 단순하다. 중년 이후 서서히 생긴 퇴행성 파열은 젊은 운동선수가 경기 중 무릎을 비틀며 생긴 급성 손상과 다르다.
연골 일부가 찢어졌다는 사실만으로 통증의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 이미 닳고 약해진 조직을 일부 잘라낸다고 무릎 전체의 하중 구조가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MRI에 보였다고 다 수술할 병은 아니다
반월상연골은 허벅지뼈와 정강이뼈 사이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섬유성 연골이다. 무릎에 실리는 충격을 줄이고 체중을 나눠 받는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쿠션에도 자연스러운 균열과 변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통증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MRI상 반월상연골 파열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료실에서 MRI 사진을 보는 순간 환자는 불안해진다. 화면 속 흰 선과 파열 부위를 보면 “이걸 그냥 둬도 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치료 판단은 영상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MRI는 중요한 검사지만, 그것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통증 위치, 붓기, 관절 잠김, 보행 장애, 근력 상태, 관절염 동반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기준도 이 점을 반영한다. 반월판 연골절제술은 영상검사나 관절내시경검사에서 뚜렷한 파열이 확인되더라도 관절 잠김, 인대손상·골절 등을 동반한 급성 손상, 보존적 치료 뒤에도 남는 임상 소견 등이 있을 때 인정된다.
반대로 고도의 관절염에서 단독으로 시행하거나, 만성 변성으로 닳아 해어진 병변에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MRI에 ‘파열’이 보였다는 말과 ‘곧바로 잘라내야 한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
무릎이 실제로 잠겨 펴지지 않는지, 파열 조각이 관절 안에서 움직임을 방해하는지, 통증이 생활을 얼마나 무너뜨리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진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무릎이 하루를 버티는 방식이다.
◆수술 전 먼저 줄여야 할 ‘무릎의 무게’
물론 모든 수술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젊은 층의 스포츠 손상, 갑작스러운 외상, 무릎이 펴지지 않는 관절 잠김, 파열 조각이 관절 안에서 움직임을 방해하는 경우라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통증이 심하고 보존적 치료에도 일상생활이 무너질 정도라면 전문의와 수술 여부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 다만 중년 이후 흔한 퇴행성 반월상연골 파열이라면 순서가 달라져야 한다.
먼저 무릎에 실리는 부담부터 줄여야 한다. 체중을 줄이고, 계단을 반복해서 오르내리는 일, 쪼그려 앉기, 무리한 등산처럼 무릎을 깊게 접는 습관을 줄이는 것이 출발점이다.
물리치료와 소염진통제, 운동치료로 통증을 가라앉히는 과정도 필요하다. 무릎 주변 근육이 약한 상태에서 통증만 잡으려 하면 같은 불편이 반복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축은 근력이다. 무릎을 직접 붙잡는 대퇴사두근, 즉 허벅지 앞쪽 근육이 약해지면 관절에 실리는 충격이 커진다. 엉덩이 근육이 약해도 걸을 때 골반과 무릎의 정렬이 흔들리면서 무릎 안쪽 부담이 커진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퇴행성 반월상연골 파열일수록 영상보다 증상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한다. MRI 사진 한 장보다 중요한 것은 통증이 언제 생기는지, 무릎이 실제로 잠기는지, 걷는 자세와 근력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다.
계단을 내려갈 때 난간을 잡게 됐다면,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 신호는 “당장 잘라내라”가 아니라 “무릎에 실리는 무게를 줄여달라”에 더 가까울 수 있다.
퇴근길 계단 앞에서 발걸음을 늦추는 일, 무리한 등산 약속을 한 번 미루는 일, 하루 10분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10년 뒤 걸음걸이를 바꾸는 건 진료실의 MRI 사진 한 장이 아닌 오늘 내려가는 계단을 한 번 줄이는 선택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