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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이적 후 처음 잠실 찾은 김재환은 첫 타석 소화 전, 두산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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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남정훈 기자] 두산과 SSG의 2026 KBO리그 맞대결이 펼쳐진 8일 서울 잠실구장. SSG의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김재환은 2회 선두타자로 첫 타석을 소화하기 위해 배터 박스에 들어가기 전 헬멧을 벗고 1루쪽 두산 홈팬 관중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18년 간 프랜차이즈 스타로 뛰면서 잠실 홈런왕, 정규리그 MVP도 수상했고, 2021시즌을 마친 뒤엔 4년 115억원이라는 FA 대박도 쳤다.

 

그러나 헤어짐의 과정이 좋지 못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FA 신청을 하지 않았다. FA 재수를 택하는가 싶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첫 번째 FA 계약 때 4년 계약을 마친 뒤 두산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조건 없이 방출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까닭이었다. FA로 이적하기 위해선 보상금 20억원 혹은 10억원에 보호선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적이 쉽지 않았지만, 이면 조항 덕분에 김재환의 자유의 몸이 되어 타자친화적인 구장을 쓰는 SSG와 2년 최대 22억원의 계약을 맺고 두산과 결별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두산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김재환이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던 유망주 시절부터, KBO리그 최고의 거포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두산 팬들에겐 어쩌면 매끄럽지 못한 이별에 따른 실망감은 당연했다.

 

이날 경기가 김재환이 두산을 상대한 첫 경기는 아니었다. 지난달 14~16일에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두산과 맞대결을 펼쳤고, 당시에도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번이 두 번째 3연전이었지만, 김재환이 다시 한 번 고개숙여 인사한 건 빨간 유니폼을 입고 잠실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인사 후 타석에 선 김재환은 두산 선발 벤자민의 초구 146km짜리 직구를 받아쳐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터뜨리며 이날 경기를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마쳤다. 지난 7일 1군 복귀 후 두 경기 연속 안타이자 시즌 세 번째 멀티히트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타율이 0.116(89타수 10안타)에 그쳤던 김재환은 이날 멀티히트로 시즌 타율이 0.128(94타수 12안타)로 올랐다. 김재환의 활약 속에 SSG는 두산을 4-1로 꺾었다.

 

경기 뒤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재환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냥 다른 경기들과 똑같았어요.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두산 홈에서 SSG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하는 경기니까 인사를 드린 거 말고는 다른 게 없었어요. 그저 오늘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이날 경기를 앞두고 SSG 이숭용 감독은 열흘 간 2군에 다녀온 김재환에 대해 “자기 스윙을 하는 모습이 괜찮아보였다. 이제 타격감이 올라올 일만 남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재환에게 2군에서 어땠느냐 묻자 “2군에서 이명기 코치님과 함께 연습했던 게 조금씩 효과를 보는 것 같아요. 자신감도 꽤 올라왔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2군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고, 타이밍을 미리 잡아서 늦지 않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어요. 아직 100%는 아닌 것 같지만, 타이밍이 좀 늦지 않게 나오는 것 같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김재환의 극악의 타격 부진은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것도 한 몫했다. “저도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금 위축도 되고, 자신감도 떨어졌던 것 같다. 정확하게 맞추려다 보니 타이밍이 더 늦어졌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팀에 왔으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테다. 김재환은 “머리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그저 할 것만 하자고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마음으로는 그게 아니었나봐요. 저도 모르게 조금씩 힘이 들어가고 더 좋은 타구를 날리고 싶고, 저희 SSG팬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군에 가서 생각도 많이 하고, 좋은 밸런스로 연습을 했어요. 그 연습한 게 조금씩 나오니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됩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타율이 1할대 초반이지만, 김재환은 살아나가기 위해 스윙폭을 줄이거나 할 생각은 없다.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면 그냥 치자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오늘 나온 안타들이 코스 안타지만, 이런 게 제게는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되니까요. 구종을 노리고 들어가긴 하는데, 지금은 제 카운트에서는 공 보고 공 치기로 하려고 합니다. 복귀해서 두 경기 연속 안타도 때렸으니 이제 운도 좀 따르고, 연습한 대로 하다보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