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질 3분이면 충분한 줄 알았는데…”
욕실 거울 앞에서 이를 닦고 난 뒤에도 입안 한쪽이 텁텁하게 남을 때가 있다. 치약 거품은 충분했고, 시간도 짧지 않았다. 그런데 치실을 치아 사이에 넣어보면 얇은 실 끝에 작은 찌꺼기가 따라 나온다. 양치질을 대충 한 게 아닌데도, 치아 사이에는 칫솔모가 끝까지 닿지 않는 자리가 있다.
이 좁은 틈이 구강 건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치아 사이 관리가 충치나 입 냄새 문제를 넘어 혈관 건강과도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치실 사용의 의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래 질병 1위, 감기 아닌 ‘치주질환’
잇몸병은 생각보다 훨씬 흔하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외래 다빈도 상병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1958만8686명으로 집계됐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1년 사이 ‘잇몸 문제’로 병원을 찾은 셈이다.
2022년 1809만549명이던 환자 수는 2023년 약 1883만명, 2024년 1958만명대로 늘었다. 치주질환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양치질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는 사이, 치아 사이와 잇몸선 가까운 곳에는 ‘치태’가 남을 수 있다.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증상은 흔히 피곤해서 생긴 일로 넘긴다. 하지만 치주질환은 입안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다. 구강 내 세균과 염증 반응은 혈관을 통해 전신 염증 부담과 맞물릴 수 있다.
칫솔질은 치아 겉면을 닦는 데 효과적이지만, 치아와 치아 사이의 좁은 공간까지 완전히 관리하기는 어렵다. 입안은 깨끗해 보여도 가장 좁은 틈에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막이 남는다. 치실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실 사용자, ‘허혈성 뇌졸중’ 위험 낮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의대 수빅 센 교수 등 연구팀은 미국 ARIC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치실 사용과 뇌졸중·심방세동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Stroke 2026년 5월호에 실렸다.
연구 대상은 뇌졸중 과거력이 없고 치아가 있는 성인 6200명이다. 연구진은 치실 사용 여부를 확인한 뒤 중앙값 23.7년 동안 허혈성 뇌졸중과 뇌졸중 아형, 심방세동 발생을 추적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치실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23% 낮았다. 심장 쪽에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으로 이동해 발생하는 심장색전성 뇌졸중 위험은 약 40%, 심방세동 위험은 12% 낮게 나타났다.
물론 이 결과를 “치실이 뇌졸중을 막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치실을 꾸준히 쓰는 사람은 식습관, 흡연 여부, 운동, 치과 이용, 혈압 관리 등 다른 건강습관도 함께 좋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도 인과관계를 확정하는 임상시험이 아닌 관찰연구다.
그럼에도 의미는 작지 않다. 혈관 건강을 말할 때 흔히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만 떠올리지만, 만성 염증 관리도 빼놓기 어렵다. 입안 염증은 매일 거울 앞에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센 교수는 연구에서 치실 사용이 구강 감염과 잇몸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염증이 뇌졸중 위험과 관련된 만큼 정기적인 치실 사용의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치매까지 단정은 금물…연결성은 있다
구강 건강과 뇌 건강의 관련성도 계속 연구되고 있다. 국내 국민건강보험 자료 기반 연구에서는 심한 치주질환과 치아 상실이 있는 집단에서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혼합형 치매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도 치주질환, 충치, 치아 상실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국민건강보험 기반 약 255만명 데이터를 분석한 서울대·고려대 공동 연구팀은 치주질환, 치아우식증(충치), 치아 상실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여기서 선을 넘는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치실 사용만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치주질환 역시 치매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오래 방치된 잇몸 염증이 입안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신 건강과 연결된 관리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뇌졸중은 혈관성 치매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뇌 건강을 말할 때 혈압, 당뇨, 흡연, 운동과 함께 만성 염증 관리가 언급되는 이유다.
치실은 거창한 건강법이 아니다. 돈이 많이 드는 장비도 아니다. 하지만 칫솔이 놓치는 자리를 매일 확인하게 만드는 가장 단순한 도구다.
◆하루 1번, 세게 넣지 말고 부드럽게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치실은 하루 1번 정도를 목표로 하면 된다. 30~40cm가량 끊어 양손 손가락에 감고, 치아 사이에 천천히 넣는다. 잇몸선에 닿으면 치아 옆면을 C자 형태로 감싸듯 움직인다.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지르되, 잇몸을 찍듯 세게 누르면 안 된다.
처음에는 피가 날 수 있다. 이미 잇몸 염증이 있거나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을 때 흔하다. 출혈이 오래가거나 잇몸이 붓고 통증이 반복되면 치과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치실이 어렵다면 치간칫솔, 치실 홀더, 워터플로서 같은 보조도구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치아 사이가 넓거나 보철물이 있는 사람은 치간칫솔이 더 편할 수 있고, 손 조작이 어려운 사람은 홀더형 치실이 낫다. 중요한 것은 도구 이름이 아닌 치아 사이를 매일 비워내는 습관이다.
칫솔질 3분이 헛수고라는 뜻은 아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 순간, 가장 좁은 틈은 계속 남는다. 욕실 불을 끄기 전 서랍을 한 번 더 열어 치실을 꺼내는 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치아 사이를 확인하는 이 작은 습관이 잇몸과 혈관 건강을 지키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