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3’을 바탕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신의 ‘프라임 세포’를 분석하는 콘텐츠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다.
‘프라임 세포’는 드라마 속 설정으로 감정, 욕구, 특징 등 가운데 자신을 대표하는 성향을 의인화한 개념이다. 작품 주인공 김유미(김고은 분)의 프라임 세포는 연애를 할 때는 ‘사랑세포’였다가 연애를 쉬고 본업인 작가 일에 몰두하면서 ‘작가세포’로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비슷한 분야에 관심이 있던 직장인 한모(27)씨는 “평소 ‘챗GPT’에게 질문을 많이 해서인지 ‘프라임 세포’가 무엇인지 물어보자 ‘호기심 세포’가 나왔다”며 “친구들과 서로 ‘프라임 세포’를 공유하는 게 귀엽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과거 유행했던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류하는 이른바 ‘혈액형 성격론’과 성격 유형 검사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에 이어, 이제는 AI가 대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를 해석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 끊임없이 ‘나’를 정의하고 드러내는 사람들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서 A씨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을 좋아해서 프롬프트(명령어)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해봤다”며 자신의 ‘프라임 세포’를 공유했다. 게시글에는 “너무 귀엽고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프라임 세포’를 만들기를 즐겼다는 한씨도 “인공지능이 꽤 정성껏 분석해준 것 같아 신기하다”고 말해 AI를 활용한 자아 탐색이 새로운 디지털 놀이 문화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사람의 성격과 감정은 고정되지 않고 늘 변하기 때문에 스스로 정의하기 어렵다”며 “그 불확실함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키워드로 자신을 규정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이번 사례를 짚었다.
‘프라임 세포’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거나 공유하는 사례도 이어진다. 이러한 행동도 일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정인데, 심리학 용어로는 ‘공개선언 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라고 한다.
‘공개선언 효과’는 공개적으로 선언하거나 약속하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현상이다. SNS 등에서 금연을 공개 선언하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곽 교수는 “공식적으로 자신을 특정 유형이라 선언하면 스스로 그 틀에 맞추려는 암시가 강해져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AI가 나를 안다”…재미 뒤따라오는 우려
혈액형과 MBTI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AI로 자아를 탐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챗GPT와 ‘제미나이’는 단순한 대화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데이터와 맥락을 분석해 그들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스스로 도출한다.
생성형 AI로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도 적지 않다.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해 정확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바넘효과(Barnum Effect)’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심리학 용어인 ‘바넘효과’는 사람들이 모호하고 일반적인 성격 묘사도 자신에게 딱 맞는 이야기로 믿는 경향을 의미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용자가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게 해라”나 “장점에 집중하고 부정적인 어조는 피해라”라는 지시가 담긴 프롬프트를 공유한다. 정확성보다 이용자 공감을 우선한 구조다. 곽 교수는 “재미로 하면 괜찮지만, 지나친 의존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있다.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결과가 나오는 만큼, 프롬프트에 과거 대화 내용과 개인 데이터를 참고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
구글은 2025년 2월 ‘인공지능을 무기나 감시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해 비판을 받았다. 오픈AI도 2024년 5월, AI의 유익한 활용 등을 연구해온 인공지능 윤리 부서 ‘슈퍼얼라인먼트(Superalignment)’팀을 해체해 논란이 일었다.
AI로 ‘프라임 세포’를 확인한 대학생 신모(26)씨는 경이로움보다 섬뜩함을 먼저 느꼈다. 그는 “AI의 분석력이 놀라운 수준을 넘어 무섭게 느껴진다”며 “내밀한 대화 데이터까지 모두 파악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데, 이 정보들이 나중에 어떻게 악용될지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