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급등이 게임을 즐기는 애호가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위협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름 ‘가성비(가격대 성능비)’ 취미로 평가되던 콘솔 게임기가 제조 기업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이제 100만원 안팎을 감수해야 하는 고가 소비재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분위기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가 지난 1일부터 국내 시장에서의 ‘플레이스테이션5(PS5)’ 라인업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한 데 이어, ‘가족형 게임기’의 대명사인 닌텐도마저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면서 게이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소니는 가장 저렴했던 ‘PS5 디지털 에디션’을 기존 59만8000원에서 85만8000원으로 43% 인상했다. 표준 모델인 ‘디스크 에디션’은 74만8000원에서 94만8000원으로 조정됐고, 최고 사양 모델인 ‘PS5 프로’는 111만8000원에서 129만8000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소니 측은 글로벌 환경 전반의 비용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때 살 걸 그랬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내가 사준다고 했을 때 진작 샀어야 했다’는 자조 섞인 글까지 올라왔다.
닌텐도까지 가격 인상에 가세하면서 시장 충격은 더욱 커졌다.
한국닌텐도는 지난 8일 글로벌 사업성 검토 등을 거쳐 ‘닌텐도 스위치’ 본체 희망소비자 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난 기존 모델 가격까지 함께 오른 점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닌텐도가 2021년 선보인 ‘스위치 OLED’ 모델은 41만5000원에서 46만5000원으로, 일반 모델은 36만원에서 41만원으로 각각 5만원씩 인상됐다. 저가형 모델인 ‘라이트(Lite)’는 24만9800원에서 27만9800원으로 가격이 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임기를 찾던 소비자들의 선택 폭마저 좁아졌다.
오는 9월에는 차세대 기기인 ‘스위치2’의 추가 가격 인상도 예고돼 게이머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는 기기 가격 인상과 함께 온라인 서비스인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구독료도 조정했다. 개인 플랜 기준 1개월 이용료는 4900원에서 5900원으로, 패밀리 플랜은 3만7900원에서 4만7900원으로 인상됐다.
이 같은 전방위적 가격 상승 배경에는 이른바 ‘칩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 현상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업계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이 줄었고, 이 과정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게임기와 노트북, 스마트폰 등 IT 기기 전반의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는 관련 분야 기업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전자기기 구매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