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투자 시장에서 ‘목표전환형 펀드’가 투자자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서도 특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안전자산으로 자동 전환되는 상품 구조가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는 양상이다. 최근 출시된 상품들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핵심 성장 산업과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정책 수혜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조기 달성 성과를 내놓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목표전환형 공모펀드의 설정 규모는 2023년 2289억원(12개) 수준에서 2024년 1조4300억원(38개)으로 크게 늘었다. 이어 2025년 9월 말 기준으로는 2조8905억원(50개)까지 확대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사전에 정해둔 목표수익률에 도달할 경우 주식 등 위험자산 포트폴리오를 전량 매도하고, 단기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을 전환해 수익을 확정하는 상품이다. 투자자가 스스로 매도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 판단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목표 달성 이후에는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수익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AI·정책 수혜주 집중 공략
최근 자산운용업계가 목표전환형 펀드를 잇달아 내놓는 배경에는 유망 산업에 집중 투자해 짧은 기간 내 목표 수익을 확정 짓는 전략이 실제 성과로 입증된 점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목표전환형 펀드가 주로 코스피 등 시장 대표 지수 상승에 기대는 방식이었다면, 최근 상품들은 AI이나 테크 기업, 실적 우량주, 코스닥 중소형주 등 확실한 성장 동력을 지닌 분야만 선별해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의 ‘신한대한민국의패러다임목표전환형 2호’는 지난 3월 펀드 설정 이후 8영업일 만에 목표수익률 6%를 달성했다. 이 상품은 전통적인 업종 구분을 넘어 AI, 산업재, K소비재 등 10개 핵심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패러다임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같은 달 출시된 흥국자산운용의 ‘흥국 라이징코스닥타겟다운목표전환형 1호’ 역시 설정 20영업일 만에 목표수익률 7%를 냈다. 코스닥 시장 내 개별 종목의 성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 착안해, 집중도 높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탄력적인 매매 타이밍을 조절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다.
이석희 흥국자산운용 연금WM마케팅본부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모험자본 유입 확대는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을 통해 투자자에게 보다 균형 잡힌 투자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테크 산업을 겨냥한 상품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1월 출시한 BNK자산운용의 ‘미국혁신테크 TOP3 목표전환형 펀드’는 피지컬 AI, 양자컴퓨터, 메디컬 AI 등 3대 혁신 테마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약 3개월에 7%의 수익을 올렸다. 박희진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AI를 비롯한 기술혁신 시장에서 핵심적인 투자 포인트는 미래 상용화 가능성과 실질적 매출 창출 능력”이라며 “각 섹터 내에서 기술의 상용화 및 시장 진입 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KCGI자산운용의 ‘피델리티미국 AI 테크 목표전환형’도 글로벌 투자회사 피델리티의 해외 리서치 역량을 활용해 미국 AI 주식에 집중 투자한 결과, 설정 82일 만에 목표수익률 7%를 달성하고 채권형으로 전환됐다.
이외에도 대신자산운용은 주주환원 흐름에 맞춘 고배당주와 대표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선보였는데, 1월 나온 1호 펀드가 한 달 만에 6% 수익을 조기 달성하며 4월 2호를 추가로 설정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넥스트 하이킥’ 시리즈는 메가트렌드 기반 저평가 중소형주와 정책 수혜주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1~3호 모두 10%의 수익률을 조기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목표수익률은 확정 수익 아냐”
자산운용사들이 목표전환형 펀드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불확실성 방어에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변동성으로 시장 하방 압력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적정 수익을 낸 뒤 채권형으로 안전하게 갈아타는 방식이 투자자에게 효과적인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시 상품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 변동성을 낮춘 구조를 띤다. 브이아이자산운용의 ‘아시아 AI 소부장’ 펀드는 주식 비중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를 우량 중단기 채권 ETF에 투자해 변동성에 대응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한미핵심성장포커스 목표전환 2호’를 통해 국내 채권 ETF에 50% 이상을 고정적으로 투자하면서 핵심 성장 주식에 50% 미만으로 투자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주식 시장의 일시적 과열 구간에서 수익을 확정 짓고 하락장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다만 목표전환형 펀드 투자 시 여러 한계점과 위험 요인이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당부된다.
특히 유의할 점은 펀드가 제시하는 목표수익률이 운용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치일 뿐, 확정수익률이나 예상수익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반 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시장 상황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목표전환형 공모펀드의 위험 등급을 살펴보면 고위험 상품군인 2등급부터 저위험인 5등급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또 유사한 명칭의 펀드라도 출시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편입 자산이나 주식 비중이 달라질 수 있어 투자설명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구조적인 기회비용과 수수료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즉시 안전자산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상승장에서는 추가 상승분에 따른 초과 수익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재투자를 원할 경우 동일한 구조의 상품이라도 별도로 신규 가입해야 하므로 판매수수료와 환매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지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