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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폭’ 항의에… 되레 ‘교권침해’ 응수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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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S중 학생 ‘물폭탄’ 피해 호소
학교측 “가해자 특정 어려워” 묵살
학부모 면담 요청에 교권위 신청
문제 확산되자 뒤늦게 조사 나서
시교육청 “재발 방지책 마련 최선”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의 가방에 반복적으로 물을 쏟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학교 측이 피해학생의 호소를 묵살하는 등 초기대응에 소극적으로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학생은 2차 가해까지 받아 고통을 호소하며 현재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S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지난달 17일과 20일 교내에서 자신의 가방에 누군가 물을 쏟아 가방 안에 있던 교과서와 문제집 등이 모두 젖는 피해를 당했다.

A군은 곧바로 담임교사에게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담임은 “가방을 잘 간수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는 취지로 말하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학교 측 역시 “교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가해 학생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학교폭력 사안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A군 부모는 학교 측에 강하게 항의하며 담임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담임은 전화통화만 하고 면담은 거절했다. A군 어머니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 면담을 요구하자 담임은 “사전 허락 없이 퇴근시간에 찾아왔다”며 “교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교권침해위원회 개최를 신청했다.

A군 부모는 “담임선생님이 (해당 사건 관련) 저와 단 한 번 통화하고, 퇴근시간에 학교를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는 이유만으로 교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니 황당하다”면서 “학교가 (학교폭력) 피해 학생 보호에는 소극적이면서 오히려 교권침해 문제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학교 측은 뒤늦게 A군 부모에게 연락해 학교폭력 신고절차를 안내하고, 교내 방송을 통해 “A군의 가방에 물을 쏟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은 신고해 달라”고 공지했다.

학교 측 교내 방송은 오히려 A군의 신상이 학교 내에 알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부 학생들은 A군을 ‘물폭탄’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놀리기 시작했고, A군은 극심한 고통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는 담임교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 학교 교장은 “해당 사건은 현재 학폭으로 신고된 사안은 아니지만, 학생의 피해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걱정하며 피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다방면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물리력으로 가해자를 찾아낼 경우 자칫 학폭 가해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는 사안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면서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해당 사건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부산시교육청은 ‘(급우가) 가방에 물을 쏟아 책과 문제집이 젖는 게 학교폭력 사안인가’라는 세계일보 질의에 대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담당 장학사는 “해당 학교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