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수술이라고 하면 대부분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춘 뒤, 인공심폐기(심폐체외순환기)에 몸을 맡기는 장면을 떠올린다. 멈춰 선 심장 대신 기계가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동안 의사는 조용해진 심장 위에서 수술을 이어간다. 하지만 심장을 멈추지 않는 수술도 있다. 심장이 실제로 펄떡이며 뛰는 상태 그대로, 직경 1~2㎜에 불과한 가느다란 관상동맥을 꿰매고 새로운 혈류의 길을 만드는 방식이다. ‘심장무정지 관상동맥우회술’은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아 중풍과 출혈, 전신 염증 같은 합병증을 줄일 수 있지만, 움직이는 심장 위에서 수㎜ 혈관을 연결해야 하는 만큼 고난도 술기(術技)로 꼽힌다.
순천향대서울병원 흉부외과 유경종 교수는 1998년 해외 연수 이후 이 수술법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유 교수는 1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심장을 정지시킬 때 발생하는 합병증을 줄일 방법이 필요했고, 유일한 해결책은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고 수술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 교수와 일문일답.
-관상동맥질환이란 어떤 질환인가.
“관상동맥은 박동하는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3개의 혈관이다. 고혈압·당뇨·비만·고령 등으로 인한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협심증,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이 된다. 전형적인 증상은 흉통이지만 환자의 20~30%는 흉통 없이 호흡곤란만 나타나기도 한다. 협심증 초기에는 활동 시에만 왼쪽 가슴 통증이 오다가, 병이 심해지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생긴다. 심근경색으로 진행하면 무거운 바윗돌이 짓누르는 압박감, 칼로 후비는 혹은 생살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수 분간 지속되며 왼쪽 목이나 어깨, 팔로 퍼지기도 한다. 증상이 수 분 만에 사라지더라도 절대 대수롭지 않게 넘겨선 안 된다.”
-스텐트 시술과 수술은 어떻게 다른가.
“스텐트 시술은 파손된 도로를 포장 보수하는 것이고, 관상동맥우회술은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다. 3개 혈관 모두에 병이 있거나, 석회화가 심해 스텐트 삽입이 불가능하거나, 당뇨가 있거나, 심장 기능이 크게 저하된 경우에는 수술이 더 나은 선택이다. 수술은 환자 본인의 혈관을 떼어내 병든 관상동맥을 우회하는 새 길을 만들어 혈액이 원활히 흐르게 한다. 주로 흉골 좌우의 내흉동맥이나 다리의 복재정맥을 쓰는데, 내흉동맥은 10년 개통률이 90% 이상으로 가장 선호된다.”
-국내에서 스텐트 비율이 유독 높다고 하던데.
“병변이 심하지 않은 경우엔 두 방법의 생존율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스텐트 재협착 비율은 수술보다 높고, 기관에 따라 시술 환자의 10~20%가 재협착으로 결국 수술을 받게 된다. 특히 좌전하행지 병변, 3혈관 질환, 당뇨, 100% 폐색 환자에서는 재협착뿐 아니라 생존율도 수술이 앞선다. 재협착 후 수술은 처음부터 수술받은 경우보다 성적이 나쁜 만큼 수술 적응증이라면 처음부터 수술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서구 권고 기준으로 스텐트 대 수술의 적절한 비율은 3~5대 1인데, 국내는 기관에 따라 15~20대 1 이상으로 비정상적으로 쏠려 있다. 우리나라는 심장내과 의사가 처음 진료하면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인데, 권고 기준보다 스텐트에 우호적인 설명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환자 입장에서도 가슴을 절개한다는 두려움이 수술 기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술은 추가 시술 없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심장무정지 수술을 도입한 배경은 무엇인가.
“심장을 정지시키고 수술하면 심장이 움직이지 않고 수술 부위에 출혈도 없는 깨끗한 상태에서 수술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심장을 정지시키기 위해서는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할 기계장치가 필요한데, 이 기계를 거치하는 과정에서 심장 손상, 대동맥 손상, 전신 염증 반응과 함께 뇌·콩팥·간 등 여러 부위에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이런 합병증으로 환자의 회복이 어렵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심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풍 등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심장무정지 수술 방법은 심장을 정지시켜서 수술하는 일반적인 관상동맥우회술과 같지만, 큰 차이점은 심장이 박동하는 상태에서 시행하기 때문에 좀 더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된다. 그러나 합병증 발생을 줄이기 때문에 심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 혈액투석 환자, 당뇨 환자, 고령 등 고위험군에서 더 좋은 수술 성적을 보인다.”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 수술인가.
“우리가 수술하는 관상동맥은 직경이 1.5㎜ 이하인 경우도 많고, 심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혈관이라면 0.5㎜에도 문합을 한다. 3~5배 확대경인 루페를 착용해야 하고, 그것으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심장 위에서 작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수술을 시작하기 전에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최소 50명 이상 수술해 경험을 쌓아야 하고, 평소 봉합 테크닉을 꾸준히 연습하는 것도 필수다.”
-어떤 환자에게 특히 유리하고, 회복은 어떻게 되나.
“저는 모든 환자를 100% 심장무정지 방식으로 수술한다. 심폐기 부작용 위험이 큰 심장 기능 저하 환자, 혈액투석 환자, 당뇨 환자, 고령 환자에게 특히 좋은 성적을 보인다. 합병증이 줄어드는 만큼 회복도 빠르다. 대부분 수술 후 1주일 전후 퇴원이 가능하고, 퇴원 직후부터 가벼운 운동도 시작할 수 있다. 90세가 넘은 환자분이 수술을 포기하고 계셨는데, 성공률 99% 이상이라고 설명하고 수술을 진행해 8일 만에 합병증 없이 퇴원하신 경우도 있었다.”
-로봇·최소침습 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로봇을 이용한 관상동맥우회술은 문합 정확도가 떨어져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고가의 장비와 수술료, 술기를 익히는 데 드는 긴 시간까지 고려하면 현재로써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최소침습 수술은 단일 혈관 병변에 한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래의 관상동맥우회술은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으면서 절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겠지만, 문합의 정확도가 확보되지 않은 채 로봇 수술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관상동맥우회술은 동맥경화 자체를 없애는 수술이 아니다. 이식한 혈관은 물론 기존에 정상이던 혈관에도 시간이 지나면 협착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 고혈압·당뇨 등 위험 인자 관리, 정기적인 외래 방문과 약 복용,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심장병 가족력이 있다면 자녀 세대도 30대 중반부터 정기검사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수술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심장수술이라 막연히 무서운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심장무정지 관상동맥우회술의 성공률은 99%에 이른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두려움에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길 권한다. 수술 후 대부분 정상인과 비슷한 생활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