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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보조 AI 비서 내가 만든다… 직원들 ‘오픈클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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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AI 에이전트

단순 챗봇 넘어 스스로 판단 업무 수행
SKT 2년차 직원, 일일 동향 자동화 개발
KT ‘카드파일럿’ 구축 법카 업무 줄여

기업, 생산·수익성 향상 위해 적극 활용
일자리 축소·보안·토큰 비용 등은 우려

SK텔레콤의 한 2년 차 주니어 직원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글로벌 일일 동향 모니터링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온 통신과 AI 관련 주요 소식을 찾아 번역, 요약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일 2시간씩 걸리던 업무를 30분으로 줄여준다고 한다. 이 회사 네트워크 조직원 66명은 200개 이상 시스템을 엮어 만든 AI 기반 네트워크 장비 통합 관제 시스템 ‘스파이더’도 네트워크 안정성을 높이고 정비 시간을 줄이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두 사례를 거론하며 ‘1인 1에이전트’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미나이와 챗GPT 등 질문에 답하는 AI 챗봇을 넘어 스스로 판단해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확산하면서 이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오픈클로’ 도움을 받아 직원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수행하거나, 불필요한 업무를 자동화해 주요 업무에 인력을 집중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AI 에이전트가 초급·중간 사무직 생산성을 뛰어넘어 일자리 축소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구에서 비서로 진화한 AI

1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AI 에이전트 기술 역량을 높이고, 실무 적용을 늘리고 있다. KT는 법인카드 신청과 사용, 정산 기준 등 관련 문의를 AI로 처리하는 ‘카드파일럿’을 지난해 8월 도입했다. 임직원 1만4000여명 문의를 30여명의 재무 인력이 담당하는 데 한계에 부담을 느낀 실무진이 직접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업무시간은 평균 30분에서 3초로 대폭 줄었고, 빠르고 정확한 답변으로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LG CNS는 주요 AI 모델 20여종을 AI 에이전트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AI 프롬프트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직원들은 이를 이용해 파워포인트 문서 작성과 견적서 검토, 쿼리(질의) 생성 에이전트 등을 만들어 활용 중이다.

기업들의 AI 에이전트 사내 확대 전략은 올해 초 화제가 된 오픈클로 열풍과 맞닿아 있다.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슈타인버거가 만든 오픈클로는 AI 에이전트를 운용하는 플랫폼이다. 메일 답장, 결제, 일정 예약, 파일 정리 등 각각의 업무를 맡은 AI 에이전트 협업 체계를 관리해 다단계 과정을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텔레그램과 왓츠앱, 슬랙, 위챗 등 메신저와 AI 모델을 연결해 사용자 PC와 스마트폰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게 특징이다.

업무 보조 도구에 그쳤던 AI가 개인화된 자동화 도구로 고도화되면서 기업들은 생산성·수익성 향상에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별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도입하지 않고 업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비용이 줄어든다. 직원들 스스로 업무 자동화 도구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큰 투자 없이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다.

오픈클로의 1인 다역 기능이 주목받으면서 미국과 중국에선 일반인 사이에서도 오픈클로 열풍이 불었다. 중국에서는 가재 모양의 오픈클로 로고를 따 ‘랍스터(??·룽샤) 키우기’ 유행이 번졌다. 1인 온라인 쇼핑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관리 등 오픈클로로 돈을 벌었다는 사례가 공유되면서다. 예컨대 오픈클로가 SNS에 콘텐츠를 올리고, 댓글 작성, 메시지 전송, 그룹 채팅 등도 할 수 있어 한 사람이 수백 개의 SNS 계정을 관리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에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진행한 오픈클로 무료 설치 지원 행사엔 1000여명이 몰리고, 중국 전역에서 오픈클로 관련 강연과 행사가 이어졌다.

◆AI 열풍 속 보안·토큰 우려

오픈클로는 자동화 비용을 낮추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줬지만 과도한 권한을 가진 AI 에이전트의 보안 문제, 이를 운용하는 데 드는 토큰(AI 모델이 데이터를 인식하는 최소 단위) 비용 등 한계도 불거졌다.

오픈클로가 컴퓨터 내부 정보를 활용해 작업하는 만큼 데이터 유출, 해킹 등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정부도 ‘오픈클로가 정보 유출과 시스템 통제권 상실 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랍스터 키우기 열풍은 ‘랍스터 지우기’로 전환됐다. 국내 기업들과 정부 기관들도 오픈클로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해 정보 유출 우려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처를 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명예교수는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학습한 내부 정보를 유출할 수 있어 모니터링과 차단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토큰 수요 급증도 문제다. 중국 딥시크 AI 모델 핵심 개발자였던 샤오미의 뤄푸리는 X(옛 트위터)에서 “전 세계 컴퓨팅 용량이 AI 에이전트의 토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트로픽은 과도한 토큰 사용을 막기 위해 오픈클로에 대한 클로드 구독 서비스를 중단하고, 외부 소프트웨어 사용자는 별도 이용권을 구매토록 했다.

AI 에이전트 성능 향상으로 기초 업무 담당자를 대체하는 현상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은 AI로 인해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2%가 변화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고, 여성과 사무직, 고소득 국가에서 일자리 재편 압박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 총 일자리 수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