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살목지’가 한국 공포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개봉 한 달여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23년째 깨지지 않은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기록까지 넘볼 기세다.
배급사 쇼박스는 1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살목지’ 누적 관객 수가 이날 3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4일 ‘곤지암(268만명)’을 제치고 역대 한국 공포 영화 흥행 2위에 오른 뒤에도 관객몰이를 이어간 결과다. 역대 한국 공포영화 1위인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314만)’까지 불과 14만명을 남겨두고 있다.
‘살목지’의 흥행은 개봉 초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난달 8일 개봉 직후 입소문을 타며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80만명)을 넘어섰고,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할리우드 화제작 ‘슈퍼 마리오 갤럭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등이 지난달 29일 개봉한 뒤에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장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흥행의 배경으로는 ‘해석의 여지가 열린 공포’가 꼽힌다. 이상민 감독은 이날 쇼박스를 통해 공개한 서면 인터뷰에서 “관객들에게 실제로 물귀신에게 홀리는 듯한 체험을 선사하고 싶었다”며 “서사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점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관객들 사이에서는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을 둘러싼 해석이 활발히 이어졌다. 이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 속 여백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 붙이며 또 다른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나조차 상상 못 한 해석들이 나왔다”고 했다.
특히 그는 “수인이 살목지에 오기 전부터 이미 홀린 상태였다는 해석이 특히 흥미로웠다”며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수인이 홀린 시점이 비교적 명확했지만, 촬영을 거치며 그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것을 나 자신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진짜 기태’가 언제 ‘가짜 기태’로 바뀌었는가를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이 첫 장편 연출작인 이 감독은 만 30세 나이에 ‘300만 감독’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는 “300만은 상상도 못 했던 숫자라 놀랍기만 하다”며 “호러는 결국 관객과 함께 완성하는 체험의 장르인데, 극장에서 함께 비명을 지르고 반응해준 관객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혜윤 주연의 ‘살목지’는 ‘살아서는 빠져나올 수 없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기이한 저수지, 살목지에 로드뷰 촬영팀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혜윤은 로드뷰 서비스 회사 소속 PD 수인 역을 맡았고, 수인의 동료이자 전 남자친구 기태 역은 배우 이종원이 연기했다. 이 감독은 “(흥행의) 가장 큰 힘은 배우들의 매력이었다”며 “관객들이 캐릭터들의 케미스트리를 기대 이상으로 사랑해주셨고, 특히 기태와 수인의 케미는 김혜윤, 이종원 두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