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조정식(6선)·박지원(5선)· 김태년(5선) 의원이 중립은 내던지고 강성 당원을 의식한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망스럽고 볼썽사나운 일이다. 세계일보 인터뷰를 보면 조 의원은 “국민주권, 민생국회 실현을 위해 협치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18개 상임위를 여당이 다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협치가 안 되면 책임정치다. 법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도 “원내대표 시절 민주당의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를 결단했다”며 “결단이 필요하면 시간을 끌지 않겠다”고 했다. 하나같이 의장의 중재자 역할보다는 여당 편향의 ‘국회 일방 운영’ 불사 방침을 내세운 것이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조 의원은 “당·정·청과 하나로 움직이겠다”고 했고, 박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불사르겠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지원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재선을 돕겠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권리당원의 요구를 충분히 받들겠다”고 했다. 후보들의 발언을 보면 이들이 국회의장 선거에 나온 건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의원이 국회의장이 된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의원 투표 비율을 80%로 줄이고 당원 투표를 20% 반영한다. 지난 전반기 경선 당시 ‘국회의장 중립 무용론’을 폈던 추미애 의원이 낙선하자,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 밀려 민주당이 부랴부랴 당원 투표를 도입한 결과다. 이 때문에 강성 당원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공약’들이 과거 경선 때보다 유난히 더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장은 2년간의 임기 동안 당적을 이탈한다. 출신 정당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여야 간 이견을 최대한 조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후보들이 앞다투어 출신 정당의 전위대를 자처하고 있으니 매우 유감스럽다. 중립을 내던진 의장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은 실종될 것이며, 이는 곧 극한 대립과 정쟁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의장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본인이 서고자 하는 자리의 무게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