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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집착에… ‘묻지마 살인’ 70% 계획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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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동기 범죄’ 위험징후 분석

흉기 사전 준비·미행 등 치밀
상해·폭행은 80%가 충동적
“계획성, 살인범죄 예측 변수”
광주여고생 계획적 살인 정황
11일 사이코패스 검사 공개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장모(24)씨가 경찰 조사 등에서 ‘계획범죄’가 아닌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여 동안 발생한 ‘묻지마(이상동기) 살인’ 사건 10건 중 7건 가까이는 ‘계획범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의 경우 이상동기 범죄라 하더라도 통념과 달리 계획범죄가 압도적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 이상동기 범죄는 명확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폭력 범죄를 뜻한다.

한밤중 광주 도심에서 흉기를 휘둘러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하고 남고생을 다치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장모(24)씨가 지난 7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한밤중 광주 도심에서 흉기를 휘둘러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하고 남고생을 다치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장모(24)씨가 지난 7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한국정치사회연구소 학술지 ‘한국과 국제사회’에 게재된 논문 ‘이상동기 범죄의 위험징후 분석을 통한 선별적 대응 방안’(박가연·주성빈)에 따르면 2020년 1월1일부터 지난해 7월1일까지 선고된 1심 판결문 중 유죄가 확정된 이상동기 범죄 82건을 분석한 결과 살인 23.2%, 상해 51.2%, 폭행 25.6%로 집계됐다.

 

죄종별로 흉기 사전 준비·피해자 미행 등 범행 계획 여부를 확인해 보니 살인의 경우 68.4%가 계획범죄의 특징을 보였다. 우발적 범죄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31.6%에 그쳤다. 

 

반면 상해와 폭행은 80% 안팎이 우발적 범죄였다. 상해의 경우 계획범죄가 21.4%에 그쳤고, 우발적 범죄는 78.6%나 됐다. 폭행은 우발적 범죄 비율이 이보다 더 높은 85.7%였고 계획범죄는 14.3% 수준이었다. 범행 계획 여부 외에도 살인의 경우 정신질환 비율이 78.9%로 같은 이상동기 범죄더라도 상해(23.8%)·폭행(23.8%)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특징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결과에 대해 “정신질환과 계획성은 (상해·폭행과 구분되는) 살인 범죄의 핵심 예측 변수”라며 “통념과 달리 이상동기 살인 범죄는 충동적이기보다 망상이나 병적 집착에 의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되는 경향이 강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위험징후가 발견됐을 때 작성자의 정신질환 이력이나 흉기 준비 등과 같은 구체적인 범행 계획이 확인되면 단순 장난이 아닌 실제 범행 실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전했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광산경찰서도 장씨의 계획범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장씨가 경찰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사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지만, 실제 자살 시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도주 과정에서 범행도구를 버리는 등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씨는 7일 법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도 취재진에게 “계획 안 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5일 0시11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고교 2학년생 A(17)양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또 다른 고교생 B(17)군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장씨가 범행 이틀 전인 3일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 모처에서 스토킹 가해자로 신고된 사실도 확인하고 살인 사건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다.

 

신고자는 장씨의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베트남 여성 C씨로, 타 지역으로 이주를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장씨가 찾아와 ‘떠나지 말라’며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신고 다음날인 4일 경북의 한 경찰서에 장씨 관련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스토킹 신고 전후로 장씨가 흉기 두 자루를 소지한 채 이동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장씨 상대로 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 결과는 11일 나올 예정이다. 경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결정으로 장씨의 이름·나이·얼굴 사진 등 신상이 14일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이미 장씨 실명과 사진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돼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