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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박탈감에 노조마다 청구서 준비… 산업 생태계 ‘흔들’ [성과급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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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스·삼전發 ‘보상 투쟁’ 확산
현대차·기아 “이익 30% 달라”
LGU+·삼바도 사측과 대충돌

삼전 협력사, 파업 대비 총력
중견사 등은 인재 유출 걱정
하청업체에 비용부담 우려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초고액 성과급’ 논란이 대한민국 산업계에 ‘성과급 도미노’ 충격파를 던진 모습이다.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양사의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각 기업의 노동조합들이 앞다퉈 성과급 및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국내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영업 이익을 거둔 반도체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곳간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이 같은 노조 요구가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삼전 노사에 필요한 건 ‘양보’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 양측이 정부 중재로 다시 협상하기로 한 가운데 1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정문 앞 도로에 ‘양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평택=이재문 기자
삼전 노사에 필요한 건 ‘양보’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 양측이 정부 중재로 다시 협상하기로 한 가운데 1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정문 앞 도로에 ‘양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평택=이재문 기자

10일 재계에 따르면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나눠 달라는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진 국내 기업에서 성과급은 회사 경영 실적이 좋을 때 직원이 받는 ‘보너스’ 정도로 인식됐지만 초호황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성과급 파티’가 인식을 바꿔놨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노조들 입장에서 “우리도 최대한 많이 받아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성과급’ 제도가 노사 간 갈등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갈등의 불씨가 확 커진 건 SK하이닉스의 성과급과 비교된 탓이 컸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해 임직원들에게 2월 기본급의 2964%(연봉 1억원일 경우 세전 1억4820만원)를 성과급으로 줬다. 이에 직원 수가 SK하이닉스보다 더 많은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받아야 1인당 성과급을 SK하이닉스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언감생심이던 타 업종에도 연쇄 반응을 일으켜 20∼30%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가 잇따랐다. 현재 임금 및 단체협약에 돌입한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사는 지난해 이익의 30%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 요구안대로라면 지난해 순이익 10조3648억원 중 3조110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줄었고, 기아 역시 영업이익 9조781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최근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며 사측과 정면충돌했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늘어난 8921억원에 그쳤고, 이마저도 경쟁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이버 침해 사태의 반사이익 성격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20% 성과급을 요구하며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벌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주는 것은 ‘성과급은 사후적 분배로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대법원의 판례 법리에도 맞지 않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기업도 지배구조나 지시관계에 구체적인 실질적 관계가 있다면 언제든지 임금 협상, 근로조건 협상을 할 수 있어 대기업에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로 협력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협력사들은 장비 반입 납기를 앞당기는 등 생산 차질에 대비해 납기를 단축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삼성전자의 1차 협력회사는 1061개, 2·3차 협력회사는 693개에 달한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하면 이들 협력업체의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협력·하청업체를 비롯해 재무 여력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의 성과급 후폭풍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낙수효과는커녕 임금 격차와 박탈감만 커지고 인재 유출로 경쟁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노동시장 최상층에 있는 대기업 노조의 요구가 일시적 호황을 빌미로 확대될 때, 비용 부담은 결국 하청업체에 대한 단가 압박이나 고용 위축으로 전가된다”며 “노동시장 내 격차를 더욱 벌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