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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메이드 인 차이나’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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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가 오면 좋은 거예요.”

지난달 24일 국제 모터쇼 ‘오토 차이나 2026’ 취재를 위해 방문한 중국 베이징.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승차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으로 차량을 호출한 특파원 선배의 말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당일 모터쇼 장면을 떠올려 보니 수긍이 됐다. 그만큼 현장에서 목격한 중국 현지 브랜드의 위세는 대단했다. 직접 이용한 중국 차량 역시 내·외부 디자인은 물론 승차감, 쾌적함 등에서 흠잡을 곳 없는 ‘고급차’였다.

유지혜 산업부 기자
유지혜 산업부 기자

관람객과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모터쇼 전시장에서 단연 중국 기업들이 돋보였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차량이 부스를 가득 메웠고, BYD와 체리자동차그룹은 전시관 하나를 통째로 빌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중국은 저가 공세’라는 편견과 달리 고급화 전략, 기술력을 내세운 것이다. 체리자동차는 핸들을 없앤 고급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선보였고, 지리자동차가 공개한 로보택시 프로토타입 ‘에바 캡’에는 아예 운전석이 없었다.

BYD는 차량이 한 대씩 들어가 있는 대형 냉동고 2대를 설치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표시된 온도는 영하 35.4도. 성에가 끼고 고드름이 생길 정도로 얼어붙은 차량을 완전히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2분이었다. BYD의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플래시(FLASH) 충전 기술을 사용하면 10%였던 배터리를 5분 만에 70%, 9분 만에 97%까지 충전할 수 있다. 영하 30도 상황에서도 고작 3분이 더 걸릴 뿐이다.

기세등등한 현지 브랜드들 사이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맞춤형 전략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었다. 글로벌 ‘톱3’인 현대차뿐 아니라 ‘독일차 3사’(BMW·벤츠·아우디)도 하나같이 ‘중국을 위해’와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을 강조하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중국 전체 판매량은 사상 최대치인 3005만대를 기록했지만, 이 중 글로벌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전부 합쳐 30% 남짓에 불과하다.

이번 모터쇼 분위기는 올해 초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당시에도 ‘피지컬 인공지능(AI)’이 화두로 떠오르며 중국이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번처럼 압도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중국 기업 부스에서 춤만 추는 로봇을 보거나 청테이프가 감긴 로봇 팔을 보며 어딘가 어설프다는 생각도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인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쿵후만 선보이면 경제적 효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중국 기업들을 겨냥했던 이유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중국의 위상은 확실히 달랐다.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산은 저렴하지만 질은 떨어진다는 선입견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중국 모터쇼를 갈 땐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하러 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젠 확실히 위협적”이라며 “중국은 1년, 아니 몇 달 사이에도 너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를 넘어 고품질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국의 공세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낡은 편견과 우월감을 버리고 냉혹한 시장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막연한 위기감을 넘어 우리 기업의 혁신과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책 등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