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메리츠증권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선 지 사흘 만이다.
금융기관의 공공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언 이후여서 세정당국의 칼날이 금융권 전반으로 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메리츠증권 본사에 조사요원을 보내 세무조사에 필요한 회계 자료 등을 확보했다. 조사4국은 정기조사 외에 기업의 탈세 의혹 등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한다.
메리츠증권은 공격적인 투자은행(IB)·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영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다만 2024년에는 PF 대출 연장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현장검사를 받은 바 있다.
또 전직 임원은 재직 중 다른 금융기관에서 가족회사의 부동산 투자금 명목으로 1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를 앞두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KCGI운용도 한양증권 인수라는 특정 이슈를 앞두고 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아울러 특별세무조사가 메리츠금융지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은 금융지주를 조사하다가 증권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조사4국이 나온 이상 간단한 건은 아니라고 본다”며 “메리츠증권에서 불거진 이슈들이 있기 때문에 금융지주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발행어음 인가 시에도 ‘사회적 신용’ 요건을 적용하도록 올해부터 법령이 변경된 만큼 특별세무조사도 인가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세금 탈루 혐의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탈루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올해 3월 메리츠증권은 제60회 납세자의 날에서 고액납세자에 해당하는 ‘국세 3000억원 탑’을 수상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이 지난 8일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을 대상으로 비정기 조사에 나선 지 사흘 만에 이뤄져 세정당국의 조사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그것이 존립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도 페이스북에서 중저신용자의 금융 소외 문제를 “치밀하게 방치된 구조적 모순”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