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양국 경제가 점점 더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 문제가 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나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유가가 최대 부담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출연한 방송에서 “연방 휘발유세 유예를 포함해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넓은 국토로 자동차가 필수품인 미국은 이미 지난달부터 ‘고유가 비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3월31일 휘발유 가격이 미국 국민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갤런(약 3.78ℓ)당 4달러를 넘어선 뒤 다시 내려오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날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2달러로 5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초기 국내 유가가 급등하자 “고유가는 일시적일 것”이라며 국민을 진정시킨 바 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글로벌 석유 공급망 전체가 뒤틀려 이제는 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라이트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유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선박 통행이 원활해지면 에너지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으로서는 당면한 국내 고유가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과의 협상이 절실한 셈이다.
30년물 국채금리가 위험구간인 5%대를 위협하는 등 치솟고 있는 미 국채금리도 트럼프 행정부를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 4일 5%를 넘어섰던 30년물 국채금리는 협상 국면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유화 제스처를 취해 다소 진정됐음에도 여전히 10일 기준 4.96%에 달하고 있다. 미 국채금리가 치솟을 경우 3월 기준 31조2600억달러(약 4경614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정부 부채를 보유한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이자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대두하고 있다. 글로벌 채권투자 운용사인 핌코의 댄 이바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유럽, 영국, 그리고 어쩌면 일본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긴축정책이 나타나는 추세이며, 미국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주문해 온 금리 인하가 이란전쟁 장기화로 인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란 경제도 황폐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몇 주간 이란에서 기업들이 노동자 해고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잇달아 단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경제는 전쟁 발발 전에도 오랜 제재 속 이미 체력이 메말라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개전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요 원자재를 생산하는 산업시설과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단행하면서 경제난이 더 악화하고 있다. 원자재 부족 상황이 이어지면서 제조업 가동 중단도 이어지며 해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란 정부 당국자인 골람호세인 모하마디는 타스님통신을 통해 전쟁으로 1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20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실직했다고 밝혔다.
NYT는 민간 경제 악화는 이란 정부의 위기 심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민간에서 거둬들이는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 운영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공공지출 감축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란 경제학자 아미르 호세인 칼레기는 “전쟁 전에도 이란은 이미 경제 사정이 매우 열악했는데 초대형 위기에 직면한 것”이라고 진단하며 이란 역시 현재의 경제 상황을 장기간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