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1일 호르무즈해협 한국 선박(HMM 나무호) 피격 사건을 두고 신중론에서 ‘강력 규탄’ 기조로 무게를 옮기며 관련 대응 검토에 들어간 모습이다. 공격의 주체가 특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공격 주체 확인 뒤) 우리가 하려는 대처는 상식적으로 다른 나라들이 유사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기류도 드러냈다. 나무호 공격 주체가 특정국으로 확인될 경우 우리 정부도 해당 국가에 대한 외교적 항의와 규탄 등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나라들이 유사한 경우에 어떻게 대처했나를 보고 있는데, 입장을 낸 나라, 또 외교적인 항의를 제기한 나라 등 여러 사례가 있어서 그런 사례들을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말고도 그 지역에서 유사한 피격을 당한 선박들이 없지 않다”며 “그 지역이 전쟁 지역 내지는 전쟁 지역 인근이기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 상선에 대한 군사적인 공격은 용납될 수 없고 규탄의 대상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청와대가 피격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배경을 두고선 “(초기에는) 전체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때 우리가 판단을 잘못 내린 건 아니고, 판단을 유보하고 정밀 조사한 후에 판단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강력 규탄 입장을 밝힌 데는 외부 타격에 따른 공격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이상 공격 주체와 별개로 행위 자체를 비판할 필요성이 커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격 주체가 특정되기 전까지는 미리 어떤 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하기 어렵고, 특정이 되는 대로 그에 맞는 적절한 수위의 대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이란의 연관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관련이 있는지 현재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우리는 파악하고 있는 단계다. 어느 나라가 특정돼 있지는 않고 여러 나라의 가능성을 놓고 파악 중”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나무호가 ‘미상의 비행체’에 공격을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한국 정부가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의 대응에 기조를 맞추는 동시에 이란과의 관계 관리도 해야 하는 외교적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격 주체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이란 정부와 소통을 긴밀히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사건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정황이 확인되더라도 이란 행정부와의 외교 채널을 유지해야 우리 측 피해와 책임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대응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할 게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조사 결과 발표와 동시에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를 불러 조사 결과를 설명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야 하니까 그렇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일단은 이란 측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려는 기류로 읽힌다.
여기엔 정부의 깊은 고민이 녹아 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이란과도 외교 관계를 일정 수준 관리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격 주체가 이란 혹은 친이란 세력이라고 판명이 난다고 해도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아 이란을 상대로 강경 대응만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전략 공조도 고려해야 한다.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한국, 이란 정부 간 소통 채널을 오히려 더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잔해 분석 등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거나 군함 추가 파견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간 소통 창구가 유지돼야 (이란이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확인되면) 피해와 책임 문제를 보다 강하게 제기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해협의 안전과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대해 협의·검토하고 필요한 협력은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자유연합’ 참여 검토에 더 진전이 이뤄지는지를 두고선 “꼭 그렇게 직접 연결시킬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격을) 누가 했는지 주체가 아직 특정되지 않은 단계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해협을 자유롭고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모든 노력에 우리가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한다’는 정도”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