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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 빚 갚고 ‘삼성전자 500%’…김구라가 피땀 흘린 돈을 묻어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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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훈수와 10년의 소음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한 침묵의 시간, 17억 빚더미를 뚫고 일궈낸 ‘노동의 대가’와 가장 지루한 승리의 기록

10년이라는 시간은 주식 시장에서 종종 신화가 되지만, 그 이면에는 우직할 정도의 무관심과 인내가 전제되어야 한다. 방송인 김구라가 최근 공개한 삼성전자 수익률 500%라는 숫자는 화려한 매매 기법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17억원의 채무를 짊어졌던 한 남자가, 방송 현장에서 확보한 현금을 우량 종목에 묻어둔 채 잊어버린 노동의 대가였다. 아들 그리조차 경악하게 만든 이 숫자는 김구라가 지난 10년간 주가 변동과 주변의 훈수로부터 스스로를 얼마나 철저하게 격리해왔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10년 전 평단가 4만5000원의 기록. 남들의 훈수를 걷어내고 묵묵히 묻어둔 10년의 인내. 세계일보 자료사진
10년 전 평단가 4만5000원의 기록. 남들의 훈수를 걷어내고 묵묵히 묻어둔 10년의 인내.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구라의 돈이 굴러간 흐름은 그가 방송인으로서 걸어온 길만큼이나 우직하고 단순했다. 그의 삼성전자 평균 단가는 4만5000원대다. 10년 전 매수한 주식이 액면분할이라는 변곡점을 지나 현재의 상승 랠리와 맞물리며 500% 수익률이라는 성적표를 얻었다. 대중이 이 숫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김구라가 주식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차트를 분석하거나 내부 정보를 추적하는 대신 하루 5~6개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스케줄 속에서 발생한 현금 흐름을 우량 주식으로 밀어 넣는 데에만 집중했다.

 

김구라에게 돈을 굴리는 방식은 고도의 전략이 아니라 반복적인 매입의 결과였다. 그는 불확실한 급등주에 올라타기보다, 자신이 아는 가치에 시간을 묻어두는 방식을 택했다. 그에게 주식 계좌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판이 아니라 방송국 대기실에서 보낸 수많은 대기 시간들을 진짜 내 돈의 가치로 바꿔놓는 저장소였다. 17억원의 부채를 상환하며 그가 확인한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인 노동의 성실함뿐이었다. 돈이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한 뒤 정작 본인은 그 구조를 들여다볼 틈도 없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셈이다.

 

주식 판에서 김구라가 보여준 태도는 그의 방송 캐릭터인 독설가와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계좌 안에서의 그는 철저하게 무심한 관찰자였다. 4만5000원대 주가가 9만원을 기록하고 다시 5만원으로 하락하는 조정기에도 그는 팔지 않았다. 17억원의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 방송 업무에 매진해야 했던 그에게 주식 계좌는 매매의 대상이 아니라 피땀 흘려 남긴 돈을 적립해둔 단단한 금고였다.​

17억 부채를 갚기 위해 출연료 압류를 견디며 방송국 대기실에서 버텨낸 10년의 시간. MBC ‘구해줘 홈즈’ 캡처
17억 부채를 갚기 위해 출연료 압류를 견디며 방송국 대기실에서 버텨낸 10년의 시간. MBC ‘구해줘 홈즈’ 캡처

이러한 무관심은 오히려 가장 강력한 투자 전략이 되었다. 김구라는 시장의 변동성이 아닌 자신의 직업적 성실함에 집중했다. 계좌는 투자자의 성격을 투영한다는 말처럼 그의 돈은 김구라 특유의 현실 감각과 성실함을 흡수하며 불어났다. 그리가 느낀 경악은 단순히 불어난 액수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아버지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주변의 소음을 어떻게 물리적으로 차단해왔는지에 대한 확인이었다.

 

김구라의 사례는 주식 시장의 본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주식 투자의 성패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주식을 지탱하는 개인의 태도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수성에 기대지 않았다. 철저하게 노동의 가치를 신봉하며 그 노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했다. 500%라는 수치는 요행이 만든 결과가 아니라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자신의 본업인 방송 현장을 점유해낸 일꾼의 승리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경험한 17억원의 부채라는 데이터다. 김구라는 과거 가족의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본인의 출연료가 입금되기도 전에 압류되는 과정을 수년간 지속했다. 수익이 수중에 들어오기 전 소멸하는 현상을 경험한 자에게 삼성전자라는 우량 주식은 단순히 수익률 게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외부의 힘에 의해 침범당하지 않을 노동의 실체였고, 다시는 경제적 파산에 직면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방어선이었다. 그리가 아버지를 보며 느낀 것은 10년 동안 계좌를 잊을 수 있을 만큼 치열했던 본업에서의 몰두였으며 바로 그 치열함이 지금의 수치를 완성했다는 사실이었다.

주식은 기술이 아니라 버팀. 10년 동안 본업에만 매진해 얻은 정직한 대가. SBS ‘힐링캠프’ 제공
주식은 기술이 아니라 버팀. 10년 동안 본업에만 매진해 얻은 정직한 대가. SBS ‘힐링캠프’ 제공

결국 김구라가 남긴 이 행보는 요행이 판치는 시대에 우리가 망각했던 기다림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는 17억원이라는 부채의 파도를 넘으며 자신의 돈을 지키는 힘이 얼마나 무거워야 하는지를 체득했다. 아들 그리에게 확인시킨 500%라는 숫자는 성실한 노동이 자본을 불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결국 시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한 남자가 10년 만에 일궈낸 이 성취는 세상의 어떤 정보보다 강력한 것이 자신의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 일꾼의 맷집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시켰다.

 

박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았던 노동, 10년의 인내가 만든 500%의 수익은 결국 삶을 대하는 정직함의 수치였다. 내가 번 돈의 주인 자격은 이처럼 타인의 소음이 아닌 자신의 땀방울을 믿는 자에게 허락되는 마지막 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