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꼴찌인데 티켓값은 1등입니다.”
다수의 프로야구 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실제로 일부 구단의 시즌권과 회원권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키움 히어로즈는 2026시즌 일부 연간 회원권 가격을 인상했는데, 고척스카이돔 3층 지정석 일부 구간은 신규 회원 기준 인상률이 최대 50%에 달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관람 부담은 커지는데 체감 서비스는 그대로”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는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는 2025시즌 총 관중 1231만2519명을 기록하며 사상 첫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2026시즌 역시 흥행 속도는 더 가파르다. KBO 공식 집계 기준 역대 최소 경기 단위 관중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경기의 약 46%인 331경기가 매진됐고, 평균 좌석 점유율도 82.9%를 기록했다. KBO리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입장 수입 2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정작 경기장은 여전히 ‘남의 집’이다.
흥행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졌지만 시설 관련 불만도 함께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국민권익위원회,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민원 시스템 등에는 좌석 불편과 화장실 부족, 주차·혼잡 문제 등 프로야구 관람 환경과 관련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관중 증가 속도를 인프라 개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200만 관중인데, 경기장은 ‘공공재’…왜 아직도 ‘남의 집’인가
현재 국내 프로야구 구장 상당수는 지자체 소유 공유재산이다. 구단은 사용·수익허가 또는 관리위탁 형태로 경기장을 운영한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산업 규모에 비해 시설 투자 구조가 여전히 과거 행정 체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팬들은 티켓값과 회원권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좌석과 화장실, 동선, 편의시설 개선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올 시즌은 매진 경기가 속출할 정도로 관중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관중 증가 속도를 시설 개선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와 야구계 안팎에서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프로구단의 자율적 투자와 장기 운영을 확대하려는 스포츠산업진흥법의 취지와 공유재산 중심의 지자체 행정 구조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6년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으로 프로구단의 경기장 장기 사용·수익 허가 기간은 최대 25년(연장 포함 최대 50년)까지 가능해졌다. 민간 투자와 시설 현대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공유재산법과 지자체 조례가 우선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단이 좌석 교체나 편의시설 확충 같은 개보수 사업을 추진할 때도 각종 행정 승인과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조다.
결국 구단은 “내 자산이 아닌 시설”에 공격적 투자를 주저하고, 지자체 역시 운영권과 관리 권한을 쉽게 넘기지 못한다. “1200만 관중 시대인데도 기본적인 시설 개선조차 쉽지 않다”는 성토가 나온다.
문제는 수익 구조다. 일부 지자체 구장의 경우 구단이 사용료를 부담하면서도 광고권·부대사업 수익 일부를 지자체와 공유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투자는 구단에 요구하면서도 운영 권한은 제한적인 구조”라는 불만이 반복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상당수 구단이 수십 년 단위 운영권을 바탕으로 경기장 개발과 상업시설 운영, 주변 부동산 사업까지 연계한다. 안정적인 운영권이 장기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반면 국내 프로야구는 여전히 공공시설 관리 체계에 묶여 있어 장기 투자 유인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 속에서 흥행 성장에 비해 관람 환경 개선이 뒤처지는 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매진 행렬’ 뒤의 역설…티켓값은 치솟는데, 투자 책임은 누구 몫인가
이 구조 속에서 충돌은 반복된다. 팬들은 비싼 티켓값을 부담하면서도 낙후된 시설에 불만을 터뜨리고, 시민들은 “왜 기업 구단 시설 유지에 세금이 들어가느냐”라고 반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올해 체육 분야 예산은 1조6000억원대 규모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공공체육시설 확충과 개·보수 사업 등 체육 인프라 유지에 투입된다. 물론 특정 프로야구 구장만을 위한 예산은 아니지만, 국내 프로스포츠 인프라 상당수가 공공 재원 구조 위에서 유지되는 현실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 지자체는 공공시설인 만큼 시민 안전과 유지·관리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단은 “운영 자율성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지자체는 “공공성 관리 책임이 있다”고 맞선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구조 개선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00만 관중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흥행 기록이 아니다. 누가 투자하고, 누가 책임지며, 누가 수익을 가져가는지에 대한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프로야구가 ‘남의 집 장사’ 구조에 머무르는 한, 팬 불만과 재정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